다주택자 추가대출 규제 대폭강화
정부가 이미 한 달 전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춘 데다 이번에 만기 제한까지 도입하면 투기성 대출을 막기 위한 ‘규제 카드’는 사실상 모두 꺼내 드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연봉 8000만 원 직장인 대출한도 1억2000만 원 ↓
하지만 상환액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포함하는 신DTI가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1억8700만 원(DTI 30%, 만기 30년)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대출 기간까지 15년으로 제한되면 대출 한도는 1억1700만 원이 된다. 지금의 절반 이하(48.7%)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만기 제한은 대출자의 연소득과 나이 등 상환 능력에 따라 개인별로 다소 달라질 수 있다”며 “은행들이 자체 심사해서 허용되는 상환기간을 15년 안팎에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만기를 줄이면 상환액이 높아져 DTI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대출을 받아 주택 여러 채에 투자해 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캐나다가 대출 만기 규제를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최장 40년이고 LTV 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자가 LTV 80%가 넘는 대출을 신청하면 일단 만기를 25년으로 제한한 뒤 차주의 상환 능력을 은행들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 나온 가계부채 대책들은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정착시키고,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을 받도록 해서 금리나 경기 변동에 따른 가계의 채무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특정 지역의 다주택자 대출을 봉쇄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는 게 주된 목적이다. 다주택자가 집값을 끌어올리면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려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고액 자산가들은 여전히 서울 등 수도권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 자본은 적게 들이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관행도 여전히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는다.
일부 실수요자는 강화된 규제 때문에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우선 대출을 받아 산 집으로 월세를 놓아 노후 자금을 충당하려는 베이비부머들의 손발이 묶일 수 있다. 지방에 살다가 이직 등 불가피한 이유로 서울로 올라와 집을 사는 일시적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도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포함해 다음 달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DTI의 적용을 현재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과 자동차 할부·리스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반영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19년부터 도입한다.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을 꼼꼼히 따지고, 담보 가치를 넘어서는 신용대출에 대해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긴다. 이와 함께 ‘치킨집 사장’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위한 컨설팅 및 금융 지원 방안이 마련된다.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연체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강유현 yhkang@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