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390억원 규모 펀드 조성… ‘전장사업’ 진출 가속화 “커넥티드카 핵심 안전기술 개발” 인수업체 ‘하만’ 지원조직 신설
삼성전자가 3억 달러(약 3390억 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Samsung Automotive Innovation Fund)’를 조성하고 전장(電裝)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모터쇼에 참가해 14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2015년 12월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키워온 삼성전자는 그동안 조직 규모나 연구개발(R&D) 내용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과 관련해 직접 투자처 및 펀드 운영 규모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는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인공지능,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운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펀드의 첫 번째 전략적 투자처로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분야의 글로벌 선두업체인 ‘TTTech’를 선택했다. 오스트리아 빈공과대에서 연구 과제 형태로 출발해 1998년 설립된 TTTech는 자율주행차량의 안전 부문에 특화된 기술을 확보한 업체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에 7500만 유로(약 1012억 원)를 지분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하만은 자사 조직 가운데 ‘커넥티드카’ 부문에 자율주행과 ADAS를 전담할 SBU(Strategic Business Unit) 조직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조직 규모는 수백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SBU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와 협력해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커넥티드카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이어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 조성을 계기로 연평균 9% 고속 성장 중인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만 전장사업을 준비해 왔던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장사업 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에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시험하기 위해 자율주행 면허를 확보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은 삼성전자 자체 기술로 승부하는 데 주력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장에서는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혈한다는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투자를 더 늘려 입도선매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펀드 조성은 이달 초 1심 판결에서 5년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번 펀드 조성은 SSIC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이 부회장에게도 사전에 보고됐다”며 “총수 부재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꼭 필요한 사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