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전 대통령)은 글로벌 찐따.”
“뇌물짱을 외치며 부엉이바위와 무등산에서 번지점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과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 운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보수 성향 누리꾼이 즐겨찾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이 유포한 글들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망할 민(泯) 빌 주(呪) 재앙 화(禍) 죽을 운(殞) 얼 동(凍)’이라며 한자 풀이 형식을 빌려 폄훼했다. 국정원은 문제의 게시물에서 ‘즐라인민공화국 슨상교도’ ‘홍어’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 검찰 수사를 받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게시글에서 ‘뇌물짱을 외치며 부엉이바위와 무등산에서 번지점프를 하며 절정에 이르렀다’고 비하했다.
야당 지지자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공작도 벌였다. 영화배우 문성근, 김여진 씨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합성 나체 사진도 국정원 심리전단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이라고 적어 두 배우가 북한을 추종하는 것처럼 몰아세웠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인 문 씨를 18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수사의뢰를 해온 방송인 김제동 씨의 2009년 KBS ‘스타골든벨’ 하차 사건 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한 일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남아있지 않은 부분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끝까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관련 수사팀 확대를 고민 중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를 중심으로 16~17명가량의 검사를 투입해 국정원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