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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징후 의도적 사전노출… ‘보든 말든 갈길 간다’ 메시지

입력 | 2017-09-16 03:00:00

[北, 안보리 제재 사흘만에 미사일 도발]핵폭주 대담성 더해가는 김정은




북한이 15일 감행한 미사일 도발 상황은 언뜻 보기에 지난달 29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때와 매우 흡사하다. 발사 장소(평양 순안비행장)와 낙하 지역(북태평양 해상)이 같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거의 동일한 비행궤도로 날아갔다. 군도 화성-12형 또는 그 이상의 미사일을 재차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핵·미사일 폭주’의 종착점에 다가서려는 김정은의 치밀하고 대담한 속내가 엿보인다.

① 괌 포위사격 실거리 도발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약 3700km를 날아갔다. 지난달 화성-12형의 비행거리보다 1000km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남쪽으로 쐈다면 괌 앤더슨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가고도 남는 거리다. 괌은 순안비행장에서 3400km가량 떨어져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 전략군이 작성한 괌 포위사격 계획을 검증하려는 첫 실거리 도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 B-1B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의 핵심 발진 기지를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대미(對美) 협박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과 뉴욕의 저녁 프라임 시간(오후 5시 58분경)을 노려 미사일을 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② 도발 징후 의도적 노출

더 과감하게 도발 징후를 드러낸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14일 새벽부터 IRBM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과 대형 트럭, 병력의 이동 상황을 미 정찰위성 등에 노출시켰다. 순안비행장에 요인용 참관대를 세우고,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도 거의 실시간으로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과거 핵·미사일 도발을 앞두고 갖은 기만전술로 한미 양국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혼선을 초래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군 소식통은 “마치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발사 준비 상황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③ ICBM 실거리 도발 예고편?

김정은의 ‘치밀한 연출’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두 차례의 ICBM급 발사에 이어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까지 성공한 만큼 한미 양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이웨이 도발’을 강행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이 더 강력하고 노골적인 대형 도발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고편”이라고 말했다.

당장 10월 10일(당 창건일)을 앞두고 ICBM급 화성-14형을 괌이나 미 본토를 겨냥해 실거리로 발사할 개연성이 있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IRBM을 연거푸 정상각도(35∼45도)로 쏴 올린 것은 ICBM 실거리 도발의 사전준비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7월 28일 화성-14형 ICBM급의 고각(高角) 발사 이후 IRBM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쏴 비행거리를 계속 늘려왔다. 군 관계자는 “화성-14형에도 장착되는 화성-12형 액체엔진의 실전 성능을 완벽하게 점검한 뒤 ICBM에 탑재해 실거리 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④ 수소폭탄급 핵탄두 탑재만 남나

북한은 ICBM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할 때까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빌미로 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은은 수폭급 핵탄두를 ICBM뿐만 아니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3형)에도 장착 배치해 핵 기습 타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다걸기(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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