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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평택-LG의 파주… 기업이 웃으니 도시가 살아났다

입력 | 2017-09-18 03:00:00

한경연 ‘뜨는 도시, 지는 도시’ 비교 분석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한때 ‘아파트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 평택시는 요즘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7월 삼성전자가 고덕신도시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가동한 영향이다. 젊은 삼성전자 직원이 대거 유입된 데 이어 삼성전자를 따라 본사를 옮기려는 협력업체들의 이주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44만 명 수준이었던 평택시 인구는 2020년 86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4월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선 이래 파주시는 ‘상전벽해’를 경험했다. 1996년 4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작은 마을에는 LG디스플레이 기숙사가 들어섰다. 이곳에 사는 임직원만 1만8000여 명에 육박한다.

한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가름하는 중요한 관건 중 하나가 입주 기업이라는 분석이 17일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진입 기업의 경제활동이 왕성한 도시(뜨는 도시)와 대표 기업이 옮겨가 경제활동이 부진해진 도시(지는 도시)를 비교 분석했다. 기업의 역할은 그 지역의 △일자리 창출 △삶의 질 △인구 유입 및 재창출 △경제력 향상 및 재정기여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방식은 2014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언론에 등장한 뜨는 도시와 지는 도시를 각 6개씩 선정해 관련 지표를 비교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2015년 평택 공장을 착공하자 평택시 실업률은 그해 3.0%에서 이듬해 1.8%로 하락했다. 기아자동차는 2012년 말 광주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광주시 고용률은 그해 56.2%에서 2014년 58.6%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가 2014년 공장을 지은 경기 이천시는 고용률이 2013년 63.3%에서 지난해 65.4%까지 올랐다.

기업의 성장은 인구 성장도 촉진시켰다. 뜨는 도시와 지는 도시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평생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각각 1.49명과 1.41명이었다. 뜨는 도시의 출산율이 조금 더 높았다.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비중도 뜨는 도시는 18.2%, 지는 도시는 16.6%로 1.6%포인트 격차다. 농어촌을 포함한 전국 평균(15.2%)보다는 둘 다 높았지만 기업 성장이 도시에 보다 더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뜨는 도시의 인구증가율과 순 인구유입 비중은 각각 2.08%, 0.76%였다. 지는 도시의 같은 지표는 각각 0.52%, ―0.42%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지자체 세수 확보 역시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1인당 지방세 납부액은 뜨는 도시가 111만 원으로 지는 도시의 82만 원보다 29만 원이나 많았다. 전국 평균은 97만 원이다.

주택보급률과 1인당 공공도서관 좌석 수의 경우는 뜨는 도시, 지는 도시 구분할 것 없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지는 도시라 하더라도 과거에 대표 기업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 생활 관련 인프라 수준을 많이 끌어올려 두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환익 한경련 정책본부장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이 입주해 혁신적이고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인 환경과 제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