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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룸 침대’ 입소문 시몬스… 국내 특급호텔 70%가 선택

입력 | 2017-09-18 03:00:00

한국시몬스 ‘맞춤 제작’ 성과




글로벌 호텔 브랜드 힐튼은 올 7월 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에 ‘힐튼 부산’을 오픈하며 각별한 공을 들였다. 바다에 접해 있으면서도 도심과 가까워 대표적인 ‘도심형 휴식처’로 꾸미겠다는 계획 아래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발코니를 넣었다. 또 객실 면적도 일반 호텔의 1.5배 크기인 60m²로 늘려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도록 했고, 국내 호텔 사상 최대 규모의 오션 인피니티 풀(수영장과 바다가 경계선 없이 이어진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 수영장)을 넣었다.

이 호텔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건 침대. 전 세계 힐튼 체인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힐튼 부산’은 도심형 휴식을 강조한 만큼 가장 편안한 침대를 찾아 나섰다. 고심 끝에 선택한 파트너는 시몬스였다. 310개의 전 객실에 한국 시몬스가 제작한 침대를 배치했다.

특급호텔의 경쟁력을 꼽을라치면 세련된 인테리어의 객실, 품격 있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호텔업계 전문가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수면의 품질’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포시즌호텔 그룹의 창업자인 이저도어 샤프 회장이 가장 중요한 호텔 서비스로 꼽는 것도 침대다. ‘헤븐리 베드’를 탄생시킨 스타우드캐피털그룹의 창업자인 베리 스턴릭트 회장 역시 “고객은 호텔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 중 75%를 침대에서 보낸다”며 침대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힐튼 부산만 아니다. 국내 특급호텔의 약 70%가 객실에 한국 시몬스의 침대를 넣고 있다. 호텔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대중 침대시장에서 시몬스 브랜드의 인지도가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게 한국 시몬스 측의 분석이다.

○ 특급호텔 줄줄이 시몬스 선택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인 달맞이길에 문을 연 ‘시몬스 갤러리 해운대’의 일부 쇼룸은 특급호텔 침실 특유의 여유로움과 안락함을 강조한 호텔 콘셉트로 꾸며졌다. ‘시그니엘 서울’,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등 국내 특급호텔의 70% 이상을 점유한 한국 시몬스는 호텔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국 시몬스 제공

한국 시몬스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선보인 5성급 이상 특급호텔 6곳 중 5곳을 선점했다. 힐튼 부산만 아니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76∼101층에 들어선 호텔 ‘시그니엘 서울’, W호텔을 전면 리뉴얼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 부산의 랜드마크 호텔로 이번에 리뉴얼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파라다이스 시티’가 모두 시몬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사실 몇 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한국 시몬스는 2001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를 시작으로 꾸준히 호텔 침대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포시즌스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신라호텔 등 서울 시내 내로라하는 특급호텔 객실에는 모두 시몬스 침대가 놓여 있다. 천상에서 자는 듯한 편안한 수면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로 ‘헤븐리 베드’라는 독특한 침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웨스틴호텔은 각국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 침대 브랜드를 파트너로 선택한다. 한국의 웨스틴조선호텔이 선택한 파트너도 한국 시몬스다.

한국 시몬스가 이토록 많은 특급호텔의 파트너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는 특급호텔의 엄격한 기준과 요청에 따라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침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몬스는 독자적인 공장과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까다로운 품질기준으로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다. 품질 관련 검사항목만 1936가지에 이르며 포스코가 공급하는 최고급 스프링 경강선만을 사용해 탄력을 극대화했다.

제대로 된 침대를 만들어 최상의 수면을 제공한다는 기본에 충실하니 자연스럽게 특급호텔들과 오랜 신뢰관계가 구축됐다. 한국 시몬스호텔 특판팀을 총괄하는 김병환 부장은 “호텔들이 대부분 10년 주기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데 시몬스 제품을 썼던 특급호텔들이 긴 사용 기간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며 “이같이 뛰어난 제품력 덕분에 한 번 시몬스를 선택한 호텔들과는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시몬스와 롯데호텔은 2013년부터 ‘해온(he:on)’이라는 브랜드를 공동 개발해 객실에 비치하는 등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인 L7 역시 해온을 사용 중이며, 시그니엘 서울도 하루 숙박료가 2000만 원에 달하는 로열 스위트룸에 ‘뷰티레스트 블랙’을 배치하는 등 전 객실에 한국 시몬스의 매트리스를 들였다. 신라호텔은 2013년 서울 신라호텔의 객실을 리뉴얼하면서 오랜 파트너였던 한국 시몬스를 다시 선택했고, 실용성을 내세우며 2013년 론칭한 서브브랜드 신라스테이에도 시몬스의 ‘뷰티레스트’를 기반으로 맞춤 제작한 ‘뷰티레스트 프리미엄’을 도입했다.

○ “내 집도 호텔처럼” 일반 소비자들 관심도 커져

호텔 시장의 명성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 시몬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김 부장은 “요즘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욕구가 커져서 그런지 호텔에서 묵은 고객 중 호텔로 전화를 걸어와 ‘침대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문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며 “외국인 고객이 한국 여행 당시 한국 시몬스 제품을 경험한 뒤 호텔을 통해 구매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몬스의 최상위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호텔 스위트룸 침대’라는 별칭을 얻으며 혼수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행이 대중화됨에 따라 호텔의 편안한 잠자리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침대를 바꿀 때,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을 때 호텔의 침대를 찾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ials) 세대의 소비성향도 이런 경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과 다른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비싼 청소기, 비싼 의자, 특별한 침대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