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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풍영정천 오염 몸살… 생태하천으로 바꿔야

입력 | 2017-09-18 03:00:00

강산성 폐수 유출-거품 발생 등… 지난 4년간 수질오염 사고 80% 집중
광주시, 오염물질배출업소 감시 강화… 2019년까지 완충저류시설 완공키로




광주시 소방관들이 14일 풍영정천 하남교 하류 100m 지점 월곡6배수문에서 거품이 발생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출동해 수중 용존산소 감소를 막기 위한 소방용수를 하천에 살수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 광산구 풍영정천은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 발원해 장성 구간 7km, 광주 광산구 하남·운남·수완 택지지구 7km 구간을 흘러 영산강에 합류한다. 지방2급 하천으로, 강폭은 평균 10m, 수심은 20cm 정도다. 그러나 최근 각종 오염으로 풍영정천이 몸살을 앓고 있다. 4년간 광주에서 발생한 수질오염 사고 80%가 이곳에서 일어났다. 풍영정천을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키는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지역 하천 33곳에서 발생한 수질오염 사고 13건 가운데 10건이 풍영정천에서 일어났다고 17일 밝혔다. 지류인 장수천을 포함한 풍영정천에서는 2014년 9월 수중 용존산소 부족으로, 2016년 5월 수중 용존산소 부족에 따른 복합 작용으로, 2016년 8월 공장 활성제 유출로 수질오염 사고가 났다.

올 들어서는 3월 기름 유출, 4월 기름 유출 2건, 공장 활성제·페인트 유출, 7월 강산성 폐수 유출, 9월 14일 거품 발생 등 총 7건이 발생했다. 풍영정천은 수질오염 사고로 5차례 나 물고기가 폐사했고 기름 유출로 악취가 풍기기도 했다.

풍영정천이라는 명칭은 인근 극락강 옆에 있는 풍영정(風詠亭·시 문화재자료 4호)이라는 정자에서 따온 것이다. 풍영정은 조선시대 관리였던 김언거가 1560년 낙향해 지은 정자다. 1970년대까지 농경지였던 풍영정천 주변에는 1980년대 하남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이후 1990∼2000년대 하남·운남·수완 택지지구가 잇따라 조성됐다.

하남산단은 현재 면적 600만 m²에 이르는 광주의 대표적 제조업 단지로 근로자만 2만8000명에 달한다. 하남·운남·수완지구는 주민 12만 명이 사는 대규모 주거단지다. 이처럼 광주지역 7km 구간에 산업단지, 주거단지가 밀집한 상황에서 유량이 많지 않은 풍영정천은 오염물질이 조금만 유출돼도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시는 풍영정천 수질오염 사고를 막기 위해 수질오염 사고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방제훈련을 하고 있다.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주야간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점검도 하고 있다. 또 풍영정천에 방제물품 보관창고 2곳을 마련하고 하남산단 업체 관계자들과 예방대책 간담회를 세 차례 가졌다. 2019년까지 사업비 400억 원을 들여 하남산단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모아 여과시키는 완충저류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김석준 광주시 생태수질과장은 “풍영정천 수질오염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며 “시민들도 합성세제 사용을 줄이고 하천에 쓰레기, 오염물질 투기 금지 등 작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광산구, 전문가들과 함께 풍영정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풍영정천 수질 모니터링과 순찰활동, 생태교육 등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광주시가 풍영정천을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인력을 보충하는 등 정책 및 예산을 지원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풍영정천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 김용재 씨(48)는 “집 옆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천이 흐르는 것은 행운”이라며 “풍영정천을 악취나 폐사한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 생태하천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50년 장기계획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