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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부우울증’? 병원 찾을 용기 없다면 전화상담 받으세요

입력 | 2017-09-18 03:00:00

우울증 유병률, 女 2배 이상 높아…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 도움 절실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남성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나는데 그 절반이 30∼50대에 집중된다. 흔히 갱년기 증상으로 치부해 과소평가하기 쉽지만 심할 경우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 동아일보DB

14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A 씨(44·여)가 딸(11)과 아들(7)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10일에는 경기 남양주에서 딸(6)과 아들(4)을 살해한 엄마 B 씨(42)가 자살을 시도하다 남편에게 발견됐다. 올 7월에는 충북 보은에서 산후우울증을 앓는 한 산모가 4개월 된 아들을 질식사시킨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주부 우울증에 희생된 아이들은 올해 들어 알려진 것만 10명이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우울한 기분과 함께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함이 지속되는 질병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남자 3.0%, 여자 6.9%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 여성 우울증의 절반 이상은 3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에 나타나는 ‘주부 우울증’이다.

주부 우울증은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사회활동이 단절되면서 겪는 무기력증에서 비롯된다. 주부 혼자 줄곧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하는 점도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주부 우울증은 갱년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15%가량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생물학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뇌 속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해 발생한다”며 “여성은 월경과 출산 전후, 갱년기 때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신경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겨 남성보다 우울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주부 우울증은) 두통이나 어지럼 같은 신체 증상을 보이고 알코올의존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가정에서 (엄마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자녀를 충동적으로 대하면서 결국 자녀들까지 우울증을 겪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울증 상담은 빠를수록 좋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울증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유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우울증 자가진단을 위한 9가지 설문을 내놓았다(표 참조).

자신이 우울증에 가깝다고 판단되면 다음과 같은 일을 해보면 좋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 △생활을 잘했을 때 즐긴 활동을 지속한다 △가족, 친구와 지속적인 연락을 유지한다 △짧은 산책이라도 정기적으로 운동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습관을 유지한다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 적응한다 △알코올 섭취를 피한다 등이다.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주부에겐 누구보다 가족이 가장 끈끈한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엄마나 아내가 우울증이라고 판단되면 다음의 일들을 해야 한다. △훈계하거나 간섭하려 하지 말고 잘 들어주며 공감한다 △가능한 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고 전문가를 만나러 갈 때 같이 간다 △약물처방이 된 경우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동과 사회활동을 장려한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도록 격려한다 △증세가 심한 경우 날카로운 물건 등 자해도구가 될 만한 물건을 치워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