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화청 주최 ‘미디어 예술제’… 윤태호 작가 만화부문 우수상
“나에게 마쓰모토는 오랜 우상… 그와 만나고 함께 수상해 영광”

15일 일본 도쿄(東京) 오페라시티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사진)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미생’으로 이날 일본 문화청이 주최하는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20회를 맞는 이 행사 만화 부문에서 한국인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번역을 맡은 후루카와 아야코(古川綾子) 씨와 한국 서적 전문출판사 쿠온의 김승복 대표도 함께 수상했다.
수상보다 더 윤 작가를 흥분시킨 것은 오랜 우상이었던 마쓰모토 작가를 만난 것이었다. 그는 e메일 주소가 ‘taio69’일 정도로 마쓰모토 작가를 흠모해 왔다고 한다. 마쓰모토 작가도 이번에 우수상을 받았다.
시상식을 마친 윤 작가는 마쓰모토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둘은 바둑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마쓰모토 작가는 “프로기사 이세돌의 열혈 팬이라 지난해 알파고에 패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미생을 꼭 읽어보겠다. 언제든 e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장인 윤 작가는 그를 국제만화가대회(ICC)에 초청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번역 출판된 미생은 심사 과정에서 ‘한국적이면서도 일본 청년들에게 시사점이 많은 작품이다’, ‘구성력이 뛰어나다’는 등의 극찬을 받았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만화가 이누키 가나코(犬木加奈子) 씨는 시상식 후 윤 작가를 찾아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인상 깊었던 차에 후보작으로 올라와 주저 없이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미생은 일본에선 지난해 후지TV에서 리메이크 드라마로 제작돼 황금시간대에 방영됐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