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역 군인 특례입학으로 미시시피대에 진학했지만 학업에는 뜻이 없었다. 두 학기를 다니고 자퇴한 포크너는 생계를 위해 1921년 말부터 3년간 바로 그 대학의 구내 우체국장으로 일했다. 대학 구내 우체국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이어서 늘 바빴다. 포크너는 “2센트 우표 달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우체국 일을 그만두었다.
작가 찰스 부코스키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보조 집배원으로 시작하여 12년간 일했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해고 직전까지 간 끝에 전업 작가의 길로 나서 내놓은 첫 장편은 ‘우체국’(1971년)이었다. “3년 후, 나는 정규 집배원이 되었다. 이 말인즉, 휴일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이틀 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행복한 건 아니었다.”
집배원, 우체국, 우체통 등은 적지 않은 시와 노래, 영화에서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예컨대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집배원의 우정이 펼쳐지는 영화 ‘일 포스티노’, 김현성 작사 작곡의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안도현 시인의 시 ‘바닷가 우체국’ 등이 있다. 하지만 집배를 비롯한 실제 우편 업무는 그곳에서 일한 적 있는 작가들이 말하듯 과중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늘도 집배원들이 1인당 평균 1160가구를 맡아 달린다. 일본은 378가구, 미국은 514가구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