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기 공사 10월 국제입찰 공고
산업부, 양자회의에 실무자 파견
세일즈외교는커녕 외교결례 논란… 부총리가 왕세자 만난 中과 대조
정부, 탈원전 정책 의식 소극 대응
한전 “정상급 외교지원 필요”… “원전수출 어려워질것” 잇단 지적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이 주최하는 원전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한 뒤 양자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르면 10월 중 1400MW(메가와트)급 원전 2기 건설 공사를 위해 국제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한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입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부총리급이자 사우디 원자력 정책 최고 책임자인 하심 야마니 K.A.CARE 원장이 나온다. 반면 한국에서는 서기관급인 원전수출진흥과장 직무대리를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대표로 보냈다.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원전산업정책관(국장급)이 공석이라는 게 이유다. 한국 측 공식 대표는 신동익 주오스트리아 대사가 맡았지만 원전 수출 업무를 진두지휘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사우디 원전 공사 계약 금액은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 공사를 따냈을 때 총액이 40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7조 원)였다. 올해 8월 러시아가 이집트에 원전 2기를 지어 주기로 한 공사의 계약 금액은 300억 달러(약 34조 원)다.
사우디의 원전 프로젝트는 다음 달 나올 입찰 공고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고 산업개혁을 진행하기 위해 원전 17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전 측은 “사우디의 첫 번째 원전 계약을 따내면 나머지 원전 수주를 위한 고지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9년 원전 수출을 위해 정부와 한전을 중심으로 원전산업체를 모두 경쟁에 투입했고 한전 본사에 ‘워 룸’까지 설치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서 UAE 대통령을 설득하는 등 국가 역량이 총동원됐다.
하지만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새 정부로서는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이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전을 포기하겠다는 나라의 기술을 외국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