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태후 첫 대면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정호성 전 대통령제1부속비서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최측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대통령제1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18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1월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된 뒤 10개월 만에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났다.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푸른색 수의 차림으로 나타났다.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피고인석의 박 전 대통령을 향해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앞서 다른 증인들에게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 왔던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이 인사를 하자 안경을 고쳐 쓰고 가볍게 머리를 숙여 답례했다.
재판이 끝나기 직전 정 전 비서관은 발언권을 얻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으시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라며 “부정부패나 뇌물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문건을 넘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문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셨지만 문건을 전달하라는 지시가 아닌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하는 국정책임자의 노심초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문건 유출은) 오히려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국정 운영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박 전 대통령을 조금 더 잘 모시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말을 맺었다.
정 전 비서관은 발언 도중 여러 차례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몇몇 방청객도 함께 흐느꼈다. 정 전 비서관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은 눈가를 화장지로 훔쳤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55)도 정 전 비서관이 퇴정한 뒤 의견진술을 하겠다며 일어섰다가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돼 공소사실이 같기 때문에 결론도 하나여야 한다”며 정 전 비서관 사건의 결심 및 선고 공판을 미뤄둔 상태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