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N 화면 캡처
두산 방망이는 2회까지 무려 14점을 냈다. 니퍼트는 두산이 14-1로 크게 앞선 3회말 폭발했다. 자신의 실책으로 출루한 선두 타자 박해민이 2루 도루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포수 양의지는 2루 송구를 하지 않았고 내야수들도 2루 커버에 들어가지 않았다. 무관심 도루였다.
유독 니퍼트만 박해민을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불만을 드러냈다(사진). ‘큰 점수 차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어겼다는 의미였지만 일반적으로 크게 앞선 팀에서나 하지 말아야 할 얘기였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될 삼성은 뭐라도 해야 했다. 공수교대 때도 니퍼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지 않고 삼성 벤치를 노려봤다. 박해민이 모자를 벗어 사과한 뒤에야 겨우 발걸음을 뗐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경기 중후반 5, 6점 차 정도면 도루를 자제하는 편이었다. 누군가 도루를 감행하면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곤 했다.
20년 전쯤에는 더 했다. 5점 정도 지고 있으면 타자들은 빠른 볼카운트에서 스윙을 했다. ‘우리는 수건을 던졌다. 빨리 끝내고 내일을 준비하자.’ 선수들 사이에 그런 공감대가 있었다. 어찌 보면 ‘낭만의 시대’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타자들은 큰 점수 차에서 약한 투수가 나오면 기록 관리 차원에서라도 안타 하나라도 더 치려 한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가 늘었다. 수준급 투수가 부족한 KBO리그에서는 한 이닝에 10점을 내는 게 일도 아니다.
니퍼트는 직전 등판이었던 12일 NC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11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그날 두산은 0-8로 뒤지던 경기를 14-13으로 뒤집었다. 올 시즌 최다 점수차 역전승이다. 박해민과 신경전을 벌였던 그날도 두산 벤치는 14-0으로 앞선 2회말 삼성 배영섭의 홈런 타구에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두산 측 역시 경기 초반이니 할 건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지 모른다. 불문율도 따져 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