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스크럭스-SK 로맥-이홍구-삼성 구자욱(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슈퍼 루키’ 애런 저지(25)는 올 시즌 전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화제의 인물이다. 19일(한국시간)까지 144경기에서 44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아메리칸리그 홈런부문 단독선두를 질주 중이다. 풀타임 1년차에 신인왕은 물론 최우수선수(MVP) 수상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저지의 활약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홈런만큼이나 많은 삼진 숫자 때문이다. 그가 올해 기록한 삼진은 198개(타석당 삼진 0.32)인데, 이는 양키스 역사상 한 시즌 최다삼진 기록(2012년·커티스 그랜더슨 195삼진)을 뛰어 넘은 수치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의 전형적인 타격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KBO리그에서도 저지만큼의 ‘폭풍삼진’을 기록한 홈런타자가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비슷한 유형의 타자들은 분명 존재한다. 타석당 삼진 수치가 가장 높은 타자는 NC의 재비어 스크럭스(0.26)다. 34개의 홈런을 때리는 동안 124개(2위)의 삼진을 기록했다. 스크럭스는 시즌 초 7연속 타석 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삼진 관련 기록이 많다. 헛스윙 비율도 12.6%(2위)에 달해 높은 타격욕심을 드러낸 타자다.
더 극단적인 사례로는 SK 포수 이홍구가 있다. 이홍구는 올 시즌 49경기(SK 이적 후)에서 17안타를 때렸는데, 이 중 무려 10개가 홈런이었다. 동시에 기록한 삼진은 40개. 타석당 삼진은 0.40이다. 헛스윙 비율도 19.5%나 된다. 표본은 작지만 ‘모 아니면 도’ 타격에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삼진은 홈런타자가 감수해야 하는 값비싼 기회비용이다. 흔히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라는 말처럼 삼진을 두려워해서는 거포역할을 해낼 수 없다. 삼성 구자욱은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동시에 기록한 삼진은 131개(1위). 최근 2년간의 삼진을 합친 것만큼이나 그 숫자가 많다. 그러나 삼성 김한수 감독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구자욱의 삼진숫자가 늘어난 것은 장타를 노리는 본인의 스윙에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삼진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스윙을 꾸준히 밀어붙이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오히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