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3> 車보다 사람 우선인 횡단보도
12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스크램블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찰은 연말까지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각선 횡단보도는 차량보다 사람을 배려한 대표적 교통시설이다. 보행자는 더 빨리, 더 여유 있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있다. 1968년 도입한 일본에서는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 사고가 줄지 않자 정부가 대각선 횡단보도를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 대각선 건너면 보행시간 3분의 1로 단축
폭이 좁은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무단횡단하다 일어나는 사고도 많다. 차량 운전자가 녹색 신호에 무리하게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는 경우도 잦았다. 2015년 10월 경기 부천시에서는 등굣길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곱 살 남자아이가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사고 후 경찰이 해당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한 뒤에는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 교차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2012년 1만4076건에서 지난해 1만5352건으로 늘었다.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6%에서 31.2%로 증가했다. 사상자 비중도 2012년 27.7%에서 지난해 31.5%로 올랐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모든 방향의 차량이 동시에 멈추기 때문에 무리한 우회전 등으로 생기는 보행자 사고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왕복 4차로 이하 및 스쿨존에 집중 설치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 걸쳐 1차 수요조사를 실시한 뒤 설치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대각선 횡단보도는 기준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경찰청이 자체 판단으로 설치했다. 7월 기준 전국의 스크램블 횡단보도는 759개로 전체의 0.35%에 그치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 각각 217개, 368개가 설치돼 있는 반면 전남, 제주에는 하나도 없다.
다만 왕복 6차로 이상 넓은 교차로에서는 차량 통행이 너무 느려질 수 있다. 경찰이 대각선 30m 이내로 대각선 횡단보로를 제한한 이유다. 대각선 70m인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차량의 신호대기 시간이 지금보다 1분 20초가량 늘어난다. 보행자 편의보다 차량 정체에 따른 불편이 더 클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에 꼭 필요하고 특히 스쿨존에 적극 설치해야 한다”며 “다만 교통량과 여건을 고려해 대상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