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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1만원’의 독기, KB손보 권순찬 감독의 반전

입력 | 2017-09-21 05:30:00

2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 경기에서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42)은 지난 17일 현대캐피탈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색 지시를 내렸다. “문성민에게 서브를 넣지 마라. 만약 서브가 문성민에게 가면 벌금 1만원이다.” 현대캐피탈이 리시브와 디그 훈련을 위해 주 공격수 문성민을 리베로로 파격 기용하자 이를 역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문성민의 리베로 투입은 KB손해보험의 서브 연습이 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KB손해보험은 장고 끝에 수석코치였던 권 감독의 사령탑 승격을 결정했다. 처음 선임되었을 때의 반응은 물음표가 대세였다. 그러나 점점 권 감독은 의문을 확신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배구계에서는 “KB손해보험 프런트가 잘만 받쳐주면 권 감독이 잘할 것”이라는 긍정의 반응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첫 시험대였던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에서 KB손해보험은 깜짝 4강에 올랐다.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조별리그 마지막 날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1-25 25-22 25-17 25-23)로 잡고 2승1패로 준결승에 올랐다.

사실 KOVO컵 이전, 연습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연전연패였다. “올 시즌 꼴찌는 맡아 놨다”는 저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KOVO컵에서 권 감독은 호랑이 탈을 쓴 여우임을 보여줬다.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도 “이미 목표를 이뤘다”며 세터 황택의의 선발 제외를 밝혔다. 그러나 막상 1세트를 아깝게 내주자 황택의를 넣었고, 레프트 라인의 최적 조합을 가동해 뒤집기를 해냈다. ‘몰빵배구’ 없이 알렉스는 24점, 이강원은 20점을 올렸다.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 레프트 알렉스와 황택의의 공격호흡도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고비에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권 감독은 “예전에는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심리적 부분인 것 같다. 답을 찾는 것은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초보답지 않은 내공이다.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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