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뒤흔든 트럼프 유엔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데뷔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자 ‘악(惡·wicked few)’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켜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혀 필요할 경우 무력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유엔을 중심으로 외교 경제적 압박과 제재의 강도를 높여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한 점에서 기존 ‘최고의 압박과 개입’ 대북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는 평가다.
‘완전한 파괴’ 발언에 대해 고든 창 미국 동북아 전문가는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국어판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것은 미국이 수십 년간 지켜 온 군사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을 공격할 경우를 가정한 최후의 수단을 언급한 것이란 설명이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 마지막 날’을 언급했고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북한 파괴’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등 군사력 강화와 한반도 전략자산 배치 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후원국을 끌어들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2375호를 이행하고 대북 원유 공급 축소나 중단 등 새로운 제재를 이끌어 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연설에서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도 돼 있고, 의지도 능력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길 희망한다. 그게 유엔이 하는 일이며, 존재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유엔 제재에 찬성한 중국과 러시아에 감사한다”고 했다가 “일부 국가가 북한 정권과 교역을 할 뿐 아니라 물품 공급, 무기, 금융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해 두 나라가 협조하지 않으면 은행과 기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병행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 정상 외교를 이어가며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1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난 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은 안보리를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한편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근원적 포괄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오찬 정상회동을 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