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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대신 ‘인지증’… 日, 부정적 용어 바꾸고 서포터스 양성

입력 | 2017-09-21 03:00:00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결국엔 인지증(치매)이 생깁니다. 그들이 정신이상이거나 쓸모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노화의 결과일 뿐이죠.”

스가와라 히로코 씨는 인지증 환자 보호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일본인이다. 올해 73세로 고령인 그는 잡지사 노인복지 분야 기자로 일하던 2001년 인지증 노인을 취재하며 사회가 이들에 대해 막연한 공포와 편견을 가지고 방치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결국 그는 시민운동 조직 ‘지역보호정책 네트워크’를 세우고 인지증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에 나섰다.

2004년 일본 후생성의 초청을 받아 치매에 관한 인식 전환 정책에 참여할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치매’라는 말을 주로 썼다. 이 단어엔 ‘어리석다’는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일본은 정부 주도로 치매 대신 인지증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뿌리 깊은 편견을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정부 포스터나 심포지엄만으로 인식을 바꾸는 건 힘들었다”며 “누구나 치매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스가와라 씨의 단체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인지증 서포터스’이다. 서포터스는 치매 상식과 환자 응대법이 담긴 90페이지 분량의 교본을 활용해 90분간 교육을 받으면 주황 팔찌를 받는다. 이 팔찌를 착용한 이들은 환자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뜻한다. 현재 전국에 관련 교육 기관이 100여 곳에 이른다.

쇼핑몰, 관공서, 은행 등을 방문하면 주황 팔찌를 낀 채 응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인지증 환자가 은행 업무를 보거나,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돕는다. 서포터스 프로그램은 성인들 위주로 진행되다가 최근엔 학생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늘어 20세 이하 참여자가 약 170만 명에 이른다.

서포터스 프로그램은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치매 편견 없애기’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스가와라 씨는 “일본은 고령화 정도가 심각해 인지증 환자가 계속 늘어나지만, 이들을 돌볼 가족은 점점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 전체가 서포터스로 나서기 위해선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타무라 유키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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