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영업 사업장 600만개 첫 돌파, 폐업신고 84만개… 5년만에 최대 정부 지원예산 76%가 융자 집중… 자영업자 한 가구당 부채 평균 1억 체감효과 낮고 과열경쟁 부추겨
정부가 최근 수년간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했지만 정책 목표가 모호하다 보니 현금을 쥐여주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정년퇴직과 일자리 부족이 맞물려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부실 자영업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9년 만에 대전 인구만큼 늘어난 자영업자
창업이 늘어난 만큼 폐업도 증가했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개인사업장은 83만9602개로 2011년(84만5235개)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하루 평균 3013개가 새로 문을 열고 2300개가 폐업한 셈이다.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짊어진 빚이 많다.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가 평균적으로 갖고 있는 빚은 9812만 원으로 1억 원에 근접했다. 2012년에는 7960만 원으로 4년 새 23.3% 증가했다. 2015년 통계청의 ‘기업생멸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은 62.4%, 5년 생존율은 27.3%에 불과하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와 일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잇따라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4명 중 3명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 부실한 자영업자 정책
정부는 10년 동안 자영업자 대책을 10번이나 내놨다. 그러나 개별 정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실하다. 2015년 자영업자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소상공인 사관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질 높은 자영업자를 키우겠다며 203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사관학교를 거쳐 실제로 창업한 사람은 110명에 불과했다. 해외 창업을 지원한다며 2012년부터 5년간 41억 원이 예산을 집행했지만 31명만이 실제 창업에 나섰다.
돈은 많이 쓰지만 정책 체감도는 낮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2월 3000명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 체감도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8.1%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체감한다는 응답은 11.1%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빚을 많이 지게 만들고 조금만 영업이 안 되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일 jikim@donga.com / 세종=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