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적발… 28명 檢수사의뢰
○ 채용비리, 방만경영 일삼은 ‘신의 직장’
감사 결과 금감원은 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기 위해 선발 인원을 일부러 늘리거나 평가방식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가 대전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서류를 허위 기재했는데도 ‘지방인재’로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인사담당 팀장은 해당 응시자가 이력서를 잘못 적은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면접 자료에는 ‘지방인재’라고 기재해 합격시켰다. 또 합격자를 대상으로 당초 계획에 없던 ‘세평(世評·평판조회)’을 진행해 일부 지원자를 탈락시켰고, 부정적인 평판을 받은 후보자를 합격시킨 사례도 드러났다.
방만한 금감원 조직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의 수입 중 은행, 보험사, 증권사로부터 징수하는 ‘감독분담금’은 최근 3년간 평균 13.6% 늘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에 연간 78억 원을 투입해 8개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해온 점도 지적됐다. 감사원이 해외사무소의 업무 실적을 분석한 결과 98%가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였다.
전체 1927명의 금감원 직원 중 1∼3급 비중이 45.2%(871명)로 고연봉 상위 직급도 지나치게 많았다. 금감원의 직급은 1∼6급으로 구분되며 3급부터 팀장을 맡는다. 1, 2급 가운데 63명은 보직이 없는 상태로 하위 직급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1급은 1억4000만 원, 2급은 1억3000만 원의 급여를 타갔다.
이 밖에 장모 계좌로 4년간 735억 원 상당의 주식 등을 차명 거래한 직원,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직원들도 적발됐다.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외부의 별다른 견제나 제재를 받지 않는 조직의 특수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 권한이 있고 금융사와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고무줄 제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퇴직 후 감독을 담당했던 금융사나 협회에 재취업하는 직원이 많다 보니 금감원이 평소 금융사에 대한 봐주기 검사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반관반민’이란 특수성도 금감원을 감시의 사각지대로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의 예산만 승인할 뿐 내부 조직이나 인사, 채용 등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사실상 민간 조직에 가까워 금융위가 대놓고 운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사원 발표로 금감원 내부에도 거센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이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올해까지 후속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채용은 전면 블라인드 방식으로 바꾸고 서류전형을 폐지해 채용 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개입될 가능성을 줄이기로 했다.
한편 이날 감사 결과를 두고 금감원 일각에서는 “두 기관의 앙금에 따른 보복 감사”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감사원도 이를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별도로 내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송충현 balgun@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