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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개념 모호… 적용범위 명확히 해야”

입력 | 2017-09-21 03:00:00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심포지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8일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청탁금지법이 사회 청렴도를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일부 불명확한 규정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준수하기 어려운 규정 때문에 범법자가 늘면서 법 경시 풍조까지 생기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와 청탁금지법연구회(회장 신봉기)가 공동 주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 심포지엄에서는 이 같은 쟁점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 “부정청탁 개념·적용 범위 명확해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청탁금지법의 ‘부정청탁’ 개념과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청탁금지법을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탁금지법의 입법 경과와 개선방안’ 주제 발표를 맡은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부정청탁 개념이 광범위하거나 모호해 명확하게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채용, 승진, 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률을 위반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라는 조항은 뜻이 불분명하므로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사립학교 교육(사립학교 교원)의 공공성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원까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도록 한 것은 공직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 ‘청탁금지법 피해’ 논란

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외식업계 등 여러 업종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강 교수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피해를 본 분들이 많다”며 “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생계도 보호하는 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섭 한국화원협회장은 “법이 10만 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규제하면서 화훼업계는 확실히 몰락하기 시작했다”며 “공무원들이 가액과 관계없이 무조건 꽃 선물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아 꽃집 매출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보다 40%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길준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계의 매출 감소는 국가경제 침체에 따른 현상일 뿐 청탁금지법의 영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길 교수는 “국민 다수는 청탁금지법 시행을 지지하고 있으며, 업종별 문제점이 크지 않다는 점은 밝혀졌다”며 “업종별 피해를 인정하더라도 공직자에 대한 접대비용을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일부 업종)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법 집행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타당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 청탁금지법 위반 기소 7명

대검찰청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올 8월 말까지 111명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 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7명 중 3명은 구속됐다.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2명이었으며 나머지 2명은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다. 71명은 아직 수사가 덜 끝난 상태다. 25명에 대해서는 각각 무혐의(3명)와 각하(22명) 등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사회학회가 성인 156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명 중 2명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 비해 식사 후 각자 비용을 치르는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답했다. ‘직무 관련 부탁이 줄었다’, ‘선물 교환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52.9, 55.4%였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