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한복 꿈꾸는 ‘한복 장인’ 박정욱-조경숙-이혜미씨
20일 서울 종로구 한옥문화공간 상촌재에서 한복디자이너 조경숙, 이혜미, 박정욱 씨(왼쪽부터)가 전통 도구를 이용해 직접 만든 한복을 수선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하지만 퓨전 한복을 문제시하기보다 “명랑해 보이지 않느냐”고 반기며 자신만의 전통 한복 세계를 꾸려 나가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종로한복축제에 참가하는 박정욱(52), 조경숙(49), 이혜미 씨(46)다.
20일 종로구 한옥문화공간 상촌재(上村齋)에서 만난 이들 ‘젊은’ 한복 장인은 “과거에 멈춰 있지 않고 예부터 전해진(傳) 것이 미래까지 이어질(通) 수 있어야 전통”이라며 한복을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그날’을 상상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조건 ‘옛것’이 좋다고 매달리다 보면 한복산업과 시장이 커질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들 역시 좌충우돌한 끝에 자신만의 한복 스타일을 만들고 이끌어 가는 2세대 디자이너다. 중요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예능이수자인 박 씨는 한복업계에 흔치 않은 남성 디자이너다. 공연에서 자신이 입을 옷은 직접 짓는 그는 천편일률적이고 벙벙한 한복 대신 슈트 정장처럼 핏(fit)이 살아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이수자인 조 씨와 이 씨는 어쩌면 정반대 분야에서 현대화한 한복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조 씨는 조선시대 당의(唐衣·여성 예복)나 조각보, 고구려 벽화 등을 활용해 드레스처럼 한복을 만들어 선보인다. 전통복식 분야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씨는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신(新)한복을 짓는다. 한복계의 이단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박물관 유리창 안에 들어 있는 옷이 아닌 ‘입는 한복’을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씨는 “종이에 평면으로 본을 떠서 연결하는 서양 복식과 달리 한복은 입는 사람에게 입체적으로 맞추는, 그래서 가장 인간을 존중하는 옷”이라고 말했다.
종로한복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를 늘려야 한복산업이, 궁극적으론 한복이 살아난다는 생각에서다. 세 디자이너는 한복사랑방 부스를 열어 시민들에게 한복 올바르게 입는 방법도 알려줄 예정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