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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19세 193cm 가드 “아버지 빨리 넘어야죠”

입력 | 2017-09-21 03:00:00

코트 호령했던 ‘허-동-택 트리오’ 김유택의 아들 김진영




고려대 가드 김진영(왼쪽)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남자 농구 전설의 센터인 아버지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과 일대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아들의 드리블을 직접 막아본 김 전 감독은 “1번 가드뿐만 아니라 2번 가드로도 팀에 보탬이 되면서 재밌는 농구를 하라”며 아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재학 (모비스) 감독님이 아버지한테는 슛 배우지 말래요. 하하. 아버지 슛은 공 잡는 그립도, 자세도 어렵고… 저는 올라가면서 슛을 하고 앞으로 떨어질 때가 적중률이 좋아요.”

고려대 농구부 1학년 김진영(19)은 거침이 없다. 농구에 관해서는 우물쭈물하는 법이 없다. 전문 용어를 곁들이며 자신의 장단점, 필요한 기술, 또 팀 내에서 요구하는 역할에 대한 분석과 주관이 잘 정리 정돈돼 있다.

김진영의 아버지는 1980, 90년대 한국 남자 농구 무대를 평정한 ‘허(허재)-동(강동희)-택 트리오’의 ‘택’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54)이다. 비록 농담이 섞였지만 슛을 하는 사소한 것부터 독특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농구를 하겠다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 배포가 예사롭지 않다. 김 전 감독은 이런 아들의 기질을 일찍 알아채고 농구를 시켰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앞을 내다보고 상황을 읽는 ‘머리’와 ‘강단’이 있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김 전 감독은 “어릴 때 낚시터에 데리고 갔는데 낚싯대를 던진 이후부터 발생하는 상황을 연상하는 능력이 좋았다.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걸 보고 농구를 시켜도 되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김진영은 농구에 대한 재미를 스스로 찾아가며 성장해 왔다. 올해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된 김진영은 2017 국제농구연맹(FIBA) U-19 농구 월드컵 7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1.9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값진 경험을 얻었다. 선수층이 두꺼운 고려대에서는 아직 주전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성인 농구에 적응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특히 슛과 수비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193cm의 장신 가드인 김진영은 “고교 때까지는 1번 포인트가드 자리에서 패스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슛이 최고더라. 김민구(KCC) 형이 다치기 전에 보여줬던 슛 자세도 연구해보고 다른 선수들의 슛 장점도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자리에서도 덩크슛을 꽂을 수 있는 점프력을 가졌지만 아버지를 닮아 아직 근육 없이 깡마른 체격 탓에 수비 몸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하지만 김진영은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준비하고 있다. “몸을 봐서는 사실 농구 선수라고 못 하죠. 하지만 대학에서 ‘밀린다. 밀리네’ 하면서도 움직이면서 수비 몸싸움을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패스와 벽을 이용한 상대의 2 대2 공격을 막는 수비, 재빠르게 가담하는 도움 수비, 수비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있어요. 몸싸움은 밀리지만 수비 타이밍에서 이기는 상황을 계속 그려보고 연습하고 있어요. 물론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을 따라하지 않고 도약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들이 기특하다. 농구 스타 아들로 농구를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담되는지도 안다. 그래서 되도록 농구 얘기는 안 한다. “양동근(모비스)처럼 경기장 안팎에서 지도자 누구든 좋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해요. 농구 전문 서적도 많이 보고 나름대로 노력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빠 입장에서는 고맙죠.”

김진영의 목표는 아버지의 기대 이상이다. “아버지가 물려준 농구 센스를 잘 다듬어서 경기 상황과 흐름에 맞게 농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결국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기사 나가도 좋을지 모르겠는데…. 아버지보다 덩크슛은 아주 잘하는 것 같고요. 그것 말고도 돈도 많이 벌고 뭐든지 아버지보다 잘해야겠죠. 하하∼.”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