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호령했던 ‘허-동-택 트리오’ 김유택의 아들 김진영
고려대 가드 김진영(왼쪽)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남자 농구 전설의 센터인 아버지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과 일대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아들의 드리블을 직접 막아본 김 전 감독은 “1번 가드뿐만 아니라 2번 가드로도 팀에 보탬이 되면서 재밌는 농구를 하라”며 아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려대 농구부 1학년 김진영(19)은 거침이 없다. 농구에 관해서는 우물쭈물하는 법이 없다. 전문 용어를 곁들이며 자신의 장단점, 필요한 기술, 또 팀 내에서 요구하는 역할에 대한 분석과 주관이 잘 정리 정돈돼 있다.
김진영의 아버지는 1980, 90년대 한국 남자 농구 무대를 평정한 ‘허(허재)-동(강동희)-택 트리오’의 ‘택’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54)이다. 비록 농담이 섞였지만 슛을 하는 사소한 것부터 독특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농구를 하겠다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 배포가 예사롭지 않다. 김 전 감독은 이런 아들의 기질을 일찍 알아채고 농구를 시켰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앞을 내다보고 상황을 읽는 ‘머리’와 ‘강단’이 있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김 전 감독은 “어릴 때 낚시터에 데리고 갔는데 낚싯대를 던진 이후부터 발생하는 상황을 연상하는 능력이 좋았다.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걸 보고 농구를 시켜도 되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제자리에서도 덩크슛을 꽂을 수 있는 점프력을 가졌지만 아버지를 닮아 아직 근육 없이 깡마른 체격 탓에 수비 몸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하지만 김진영은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준비하고 있다. “몸을 봐서는 사실 농구 선수라고 못 하죠. 하지만 대학에서 ‘밀린다. 밀리네’ 하면서도 움직이면서 수비 몸싸움을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패스와 벽을 이용한 상대의 2 대2 공격을 막는 수비, 재빠르게 가담하는 도움 수비, 수비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있어요. 몸싸움은 밀리지만 수비 타이밍에서 이기는 상황을 계속 그려보고 연습하고 있어요. 물론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을 따라하지 않고 도약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들이 기특하다. 농구 스타 아들로 농구를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담되는지도 안다. 그래서 되도록 농구 얘기는 안 한다. “양동근(모비스)처럼 경기장 안팎에서 지도자 누구든 좋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해요. 농구 전문 서적도 많이 보고 나름대로 노력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빠 입장에서는 고맙죠.”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