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 ‘상 안주는 기록들’
박종훈, 몸에 맞는 공 최다 24개 허용
이대호-최준석-윤석민 병살타 22개씩
박경수, 타석당 투구 수 4.40개 으뜸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깜짝 놀라 피하고 있는 KIA 나지완. KIA 제공
KIA 중심타자 나지완은 작년부터 안면 보호형 헬멧, 일명 ‘검투사 헬멧’을 쓰고 있다. 몸쪽 깊이 날아드는 공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상대 팀들은 나지완이 몸쪽 공에 약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수들은 집요하게 몸쪽 공을 던진다. 몸쪽 공이 많다 보니 몸에 맞는 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특히 나지완에게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 같다. 2008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몸에 맞는 공 1위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나지완은 거의 매년 몸에 맞는 공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긴 했었다. 그런데 20일 SK전에서도 사구(死球) 1개를 추가하며 올해는 벌써 23번이나 몸에 공을 맞고 1루로 나갔다. 2위 김태군(NC), 정현(kt·이상 21개)과는 2개 차다.
2017시즌 프로야구가 끝을 향해 가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수상하는 투타 각 부문 타이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기록의 경기’인 야구에서는 공식 시상 부문 외에도 흥미로운 기록이 많다.
대표적으로 투수에게 가장 많은 공을 던지게 한 타자는 kt의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다. 박경수를 상대하는 투수는 한 타석당 평균 4.40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타격 선두(0.381)인 KIA 김선빈의 타석당 상대투수 투구 수는 3.50개에 불과하다. 김선빈이 빠른 카운트에서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면, 박경수는 가능한 한 많은 공을 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
투수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선수는 이대호와 최준석(이상 롯데)이다. 미국에서는 병살타를 ‘투수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부르는데 몸무게가 120kg이 넘는 둘은 나란히 22개의 병살타를 쳐 윤석민(kt)과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홈런보다 어렵다는 3루타를 가장 많이 친 선수는 삼성 구자욱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안방으로 쓰면서도 10개의 3루타를 때렸다. 하지만 구자욱은 삼진 131개로 삼진을 가장 많이 당한 선수이기도 하다.
경기의 흐름을 끊는 주루사를 가장 많이 당한 선수는 삼성 러프와 롯데 번즈다. 양 팀 외국인 타자인 둘은 모두 11번씩 누상에서 ‘객사’했다. KBO리그에서 처음 뛰는 선수들인 만큼 아직 한국 야수들의 중계 플레이 등이 낯설 수 있다.
투수 가운데 상대 타자들을 가장 아프게 한 선수는 SK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다. 19일 KIA전에서도 3회 김선빈과 최원준을 연속으로 맞히며 24개의 ‘몸에 맞히는 볼’로 이 부문 1위다. 홈런을 가장 많이 허용한 선수는 같은 팀 동료 문승원으로 24개를 맞았다.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은 10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222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19일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5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0km 초반밖에 되지 않지만 위기관리 능력만큼은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유희관은 183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이닝 부문에서도 SK 켈리(185이닝)에 이어 2위다. 가장 많은 폭투를 기록한 선수는 LG 류제국(15개)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