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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선과 유물’ 완전체… 700년전 그 모습대로

입력 | 2017-09-21 03:00:00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연말까지 ‘신안선과 그 보물들’ 특별전




19일 전남 목포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에 신안선 잔해(오른쪽)와 유물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신안선은 1976년 발견 당시 바다 밑 펄에 묻힌 우현 쪽 선체만 남아 있다. 목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모든 유물에는 ‘제자리’가 있는가 보다.

19일 전남 목포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의 ‘신안선과 그 보물들’ 특별전. 길이 34m의 거대한 선체 잔해(殘骸)와 한때 여기 실렸던 4500여 점의 유물들이 오버랩돼 관람객을 압도했다. 신안선 정면과 옆면으로 고급 목자재인 자단목(紫檀木)과 도자기 진열장이 배를 감싸듯 배치됐다. 각기 따로 떨어져 있을 땐 느낄 수 없던 옛 무역선의 생생함이 694년의 간격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전달됐다. 본래 배와 화물은 한 몸뚱어리니 당연한 조합이겠지만, 이런 장면이 가능하기까지 무려 41년이 걸렸다. 신안선과 유물들의 소장처가 각각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신안선은 원나라 무역선으로 1323년 6월(음력) 중국 경원(慶元·현재 저장성 닝보)에서 출항해 일본 하카타(博多·후쿠오카)로 향하던 도중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1976년 한 어부가 바다에서 도자기를 발견한 일을 계기로 수중 발굴이 시작돼 1984년까지 9년에 걸쳐 총 2만4000여 점의 유물을 건져 올렸다.

신안선과 배에 실린 유물 4500여 점을 나란히 보여주는 건 전례 없는 시도다. 앞서 지난해 발굴 4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은 유물 2만여 점을 풀어놓는 과감한 전시 기법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선체 재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비록 유물 수량은 중앙박물관 전시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어디서도 대체할 수 없는 선체 원형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는다.

하얀색 유약을 입힌 중국 원나라 시기 ‘백탁유도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출항 당시 신안선은 일본 귀족들이 사용할 중국 각지의 고급 도자기들과 값비싼 향신료, 약재, 자단목, 동전 등을 가득 실은 상태였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색상의 유약을 입힌 화려한 도자기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이 중 하얀색 유약이 흘러내리는 느낌을 살린 백탁유(白濁釉) 도기는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회화를 연상시킨다. 7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촌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세련된 감각의 수작이다.

중국 원나라 때 제작된 ‘인물 모양 연적’. 목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안선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이 있다. 항해 중간에 고려를 들렀는지, 침몰 직후 생존자들이 존재했는지가 그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고려청자와 청동숟가락 등은 고려인의 탑승 가능성과 고려 기항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려 유물의 수량이 워낙 적은 데다 일종의 화물표인 목간 내용이 주로 일본 사찰과 관련된 게 적지 않아 한반도를 경유하지 않았을 거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생존자 존재 여부와 관련해 연구소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주장을 소개했다. 신안선 승객 일부가 침몰 직후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흑유(黑釉) 등 다양한 색상의 유약을 입힌 중국 원나라 도자기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일본 승려인 다이치(大智·1290∼1366) 선사의 전기에 “1323년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도중 흑풍을 만나 고려 연안에 표류해 고려 충숙왕을 알현했다. 왕의 도움으로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일본으로 향하던 다이치 선사가 표류한 1323년은 신안선이 침몰한 해이기도 하다. 고려사에도 “충숙왕 11년(1324년) 7월 19일 표류민 220여 명을 일본으로 귀국시켰다”는 내용이 있다.

문동수 연구소 전시홍보과장은 “신안선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 발굴의 효시”라며 “2023년 신안선 출항 700주년을 맞아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올해 말까지 열린다. 061-270-2044

목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