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남상천 “어제 보낸 문자는 기억 못해도… 손으로 직접 쓴 메모는 오래 남아”

입력 | 2017-09-21 03:00:00

속기법 보급 60년, 남상천 소장




자신이 개발한 ‘남천속기법’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남상천 소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어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조차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직접 쓴 메모는 기억에 남습니다. 손으로 빠르게 쓰는 속기 보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죠.”

구순을 앞둔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장(88)은 속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열정이 넘쳤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남천속기법’을 만들어 보급해 온 그는 최근 교육부 주관의 국민교육발전 유공 포장을 받았다. 그는 “60년간 ‘미친’ 짓을 하니 이제야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950년부터 5년간 군법관회의의 서기병으로 군 복무를 한 그는 당시 신문과 잡지에 나온 단어 19만 자를 분석했고 1956년 남천속기법을 만들었다. 정부는 1963년 속기를 실업계 고교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는 “속기를 활용하면 10분에 3000자까지 쓸 수 있어 초고속 메모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동안 그가 양성한 속기지도교사만 1000명이 넘는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글 쓰는 문화 자체가 사라진 요즘 속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펜과 종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속기의 속도와 효율성을 절대 못 따라옵니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전자펜을 활용한 속기노트가 개발돼 온 국민이 속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