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분야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펌 항소심-상고심서 승소 확률 높아 우수한 변호사 인력 꾸준히 영입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소속 공병훈 오승일 유지원 문준필 신재연 정진열 김현권 이승엽 김종근 김연정 권혁 변호사(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들은 “송무분야에서는 어떤 대형 로펌에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맨파워가 엘케이비앤파트너스의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건을 뒤집을 실마리는 디테일에 있었다. 부하 직원이 A 씨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한 2008년은 5만 원 권이 발행되기 전이었다. 신 변호사는 1만 원 권 400장을 준비해 법정에 나갔다.
“A 씨에게 돈을 어떻게 전달했죠?”(신 변호사)
신 변호사는 준비해간 지폐와 편지봉투를 꺼냈다. “여기를 봐주십시오. 사건이 일어난 때는 5만 원권이 발행되기 전입니다. 돈을 줬다면 바로 이 1만 원짜리 지폐로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1만 원권 400장은 편지봉투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A 씨에게 돈을 줬다던 부하직원은 이어지는 질문에 당황스러워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1심에서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을 털어놨다. A 씨는 당연히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설립 6년 만에 송무 분야 신흥 강자로
대형 로펌들의 틈바구니에서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이처럼 신흥 강자로 떠오른 것은 우수한 변호사 인력을 꾸준히 영입한 결과다. 이광범 대표변호사(58·사법연수원 13기)는 “고등법원,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법관 출신과 검사장을 역임한 검찰 출신 변호사 등이 중심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의 ‘맨 파워(Man Power)’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변호사 스스로도 서울고법 형사부장,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등을 두루 거친 엘리트 법관 출신이다. 201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특별검사’를 지낸 경력도 있다.
이 대표변호사 외에도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는 송무 분야의 강자인 김앤장, 율촌 등 대형 로펌 출신을 비롯해 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출신 등 이른바 ‘소송을 할 줄 아는’ 변호사들이 즐비하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대표변호사들이 선임계에 이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상담부터 소송기록 분석과 서면 작성, 변론까지 전 과정을 직접 참여한다. 대표변호사들의 풍부한 소송 경험은 재판부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는 훌륭한 변론, 그리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형사송무팀은 각급 법원과 검찰청에서 형사부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대표변호사들이 이끌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부장 출신으로 2015년 합류한 김종근 변호사(54·18기)를 필두로 서울북부지검장을 역임한 임권수 변호사(59·16기)와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출신 최은배 변호사(51·22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출신 이승엽 변호사(45·27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출신 유지원 변호사(43·29기) 등이 주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약한 박충근 변호사(61·17기)도 최근 합류했다. 전체 형사송무팀 변호사 20명 중 판사, 검사 등 출신이 15명에 이른다.
형사송무팀이 지난해 선임한 형사사건 282건 중 현재까지 선고가 이뤄진 사건은 총 127건. 이 가운데 20건(15.8%)은 무죄가 선고되거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심 형사사건 무죄 선고율이 불과 3.7%(2016년 사법연감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지난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왕주현 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 사건과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 등은 형사송무팀이 최근 1, 2심에서 무죄 선고를 이끌어낸 사건이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민사·행정 분야에서도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조세전담부 부장판사를 지낸 문준필 변호사(51·22기)는 지난해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 합류했다. 문 변호사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원천징수 처분 취소사건 항소심에서 세무서 측 대리인을 맡아 승소하는 등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항소심에서 여러 차례 뒤집는 성과를 냈다. 올해 새로 합류한 판사 출신 윤나리 변호사(39·34기)는 법조인 중에는 드물게 KAIST를 졸업한 이과 출신으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남다른 깊이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