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많은 순간은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말'로 채워진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하고, 친구의 격려는 힘들고 지칠 때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결심이 되며, 눈앞이 캄캄할 때 지나가는 행인의 조언은 상황을 반전시킬 스위치가 된다. 그만큼 말은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칭찬을, 격려를, 조언을 사람이 아닌 챗봇(chatbot)이 대신 해줄지도 모른다. 챗봇은 메신저 환경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람의 말을 해석, 맥락에 맞는 대답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계를 말한다.
사실 챗봇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966년 계산기 공학의 권위자 조셉 와이젠바움(Joseph Weizenbaum)이 MIT에서 상담 치료를 목적으로 만든 엘리자(Eliza)가 가장 초기의 챗봇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챗봇이 정해진 대답만 하는 수준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대화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딥러닝, 머신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챗봇의 대화는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의 언어를 입력으로 받았을 때, 이에 적합한 대답을 출력하는 알고리즘을 스스로 생성하며 진화할 수 있는, 하나의 존재로 바뀐 것.
1966년 가장 초기의 챗봇 엘리자(Eliza) 사진출처 : Afflictor.com
챗봇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의 말로 대답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등장 이후 터치 인터페이스는 앱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아이폰은 사각의 버튼과 그 터치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IT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며, 앱(App)은 정보 소비의 구심에서 웹(Web)을 대체했고,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러나 사용하는 앱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앱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했고, 내려받아 설치한 앱을 사용하지 않는 일도 늘어갔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앱과 터치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비효율을 생산했다. 하지만 이제는 봇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앱이나 버튼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메신저를 켜서 봇에 말을 걸기만 하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챗봇이 기존 앱을 대체하기 위해선 각 앱에 해당하는 기능을 챗봇 환경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챗봇의 플랫폼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챗봇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챗봇 개발은 '대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라 말했고,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서비스 업체와도 친구처럼 메시지를 주고 받아야 한다”라며 인공지능 기반 챗봇 플랫폼이 향후 커머스 플랫폼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메신저(Facebook Messenger)라는 챗봇 서비스 플랫폼 사용자가 10억 명을 넘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챗봇이 10만 개에 달한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챗봇을 연계해 사용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챗봇은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메신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출처: 씨넷
챗봇은 기업에게도 비즈니스 생산성이라는 혜택을 선사한다. 챗봇을 쇼핑, 금융, 기업용 메신저 등에 다양하게 적용하면 업무 생산성이나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객 상담 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것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정도에만 문의할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는 평일과 휴일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고객 센터를 원한다. 하지만, 고객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회사는 입장이 다르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 운영 시간 외에 상담 전화가 많지 않을 뿐더러,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환경 문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 챗봇이 상담업무를 대신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기업은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아끼면서 365일 24시간 고객 문의에 대응할 수 있고, 챗봇이 주문을 받아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실제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에리카(Erica)라는 인공지능 챗봇 기반 금융 도우미 서비스를 운영한다. 문자와 음성을 통해 고객 질문에 답변하고, 고객 신용등급이 안 좋을 경우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문자메시지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기술 기업 뉴넷 캐나다 (NewNetCanada)를 2016년 11월 인수했으며, 국내 금융 및 핀테크 기업들도 챗봇 서비스 도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인공지능 금융 상담봇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제공하며, P2P 금융업체 8퍼센트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에이다' 챗봇을,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Finda)는 금융상품 맞춤추천을 위해 인공지능 '핀다봇'을 서비스에 적용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리카(좌)와 핀다의 핀다봇(우)(출처=IT동아)
10년 뒤 우리는 얼마나 진화된 챗봇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까? 현재는 주로 정형화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하는 수준이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인공지능에 의한 알고리즘과 패턴화는 더욱 고도화되고 정교화 될 것이다. 앞으로는 표정이나 행동 정보를 수집,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어, 인간과 봇이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도 있다. 어쩌면 로봇의 조언과 격려에 감동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챗봇은 점차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이전보다 더 자연스럽고, 주체적인 방법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 등과 대화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사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맞춤형 정보를 사용자에게 돌려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개방화와 개인화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속에 있다. 그 속에서 사용자와 기업, 더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인간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챗봇 서비스는 또 하나의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하지 않을까.
김서광, 핀다 홍보 및 마케팅 담당 매니저
글 / 핀다 김서광(seogwang@finda.co.kr)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