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단장 “얼마 전까지 리빌딩 등 현안 얘기”
선수들 “분발 하라고 충격요법 쓰신 듯”
2009∼2011∼2014∼2015시즌에 이어 K리그 통산 5번째 정상을 노리는 전북현대는 9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30라운드 홈경기에서 상주상무에 뼈아픈 1-2 역전패를 당했다.
2005년 7월 팀 지휘봉을 잡고 199승을 쌓아온 전북 최강희(58) 감독의 200승 달성도 잠시 미뤄졌다. 최 감독이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긴 시즌을 보내다보면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다.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을 때만 해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일단 구단과 사전 교감은 없었던 모양이다.
스포츠동아는 그 폭탄발언 이후 최 감독과 전화통화를 했다. 역시나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당장 할 말이 없다. 기회가 오면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는 말과 함께 여운을 남기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을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사퇴를 스스로 거론할 때와 상황은 크게 다르다. 이날 수원삼성을 꺾은 2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격차가 승점 3으로 좁혀지긴 했지만 전북은 여전히 1위다. 최강희 감독과 구단의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다.
“프로의 세계에서 계약기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라도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해온 최 감독이지만 이번 발언은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전북은 상주전 다음날인 9월 21일 휴식을 취했다.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 선수단에 예고된 일정이었다. 주말∼주중∼주말로 이어진 경기 일정상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전북 코칭스태프는 판단했다.
최 감독의 폭탄발언에도 불구하고 전북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예상 못한 발언에 동요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어느 선수는 “이길 경기, 이겨야 할 경기를 번번이 잡지 못하는 우리들의 분발을 위해 충격요법을 하신 것 같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질책을 거의 하지 않고, 항상 선수들의 입장에 서시는 분인데 실망만 안겨드린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북은 부임 12번째 시즌을 맞은 최 감독과 함께 부대끼며 쌓아온 저력이 있다. 다양한 무대를 넘나들며 축적한 우승 DNA도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녹색군단만의 장기다. 위기 속에서 전북은 다시 하나로 뭉치고 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