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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명예의 전당①] 뭘 해도 달콤한 남자, 콜린 퍼스

입력 | 2017-09-22 06:57:00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 20∼40대 여성들이 말하는 콜린 퍼스의 매력

‘오만과 편견’에선 속깊은 도도남
‘브릿지 존스’를 짝사랑한 순정남
‘러브 액츄얼리’ 로맨틱가이 작가

바르고 젠틀한 이미지, 여성들의 로망
연기 변신 통해 망가져도 품격은 여전
슈트가 잘 어울리는 ‘킹스맨’으로 완성

영화 ‘킹스맨:골든 서클’의 콜린 퍼스가 또 다른 주역 태런 에저튼, 마크 스트롱과 함께 20일 첫 내한했다. 콜린 퍼스는 영국 출신 배우 가운데 국내 관객 특히 여성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20일 밤 이들의 극장 무대인사가 돌연 취소되면서 국내 배급사에 상당한 비난이 쏟아진 것도 그를 향한 환호가 워낙 큰 탓도 있다. 50대 후반의 나이, 과연 그가 관객을 사로잡는 힘은 무엇일까.

어쩌면 ‘영원한 다아시’로만 추억될 수도 있었을까.

1995년 드라마 ‘오만과 편견’ 속 오만하고 도도해 보이지만 그 속내 깊숙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따스함을 간직한 귀족 피츠윌리엄 다아시가 남긴 강렬함의 추억. 호수에 빠져 몸에 척 달라붙은 흰색 셔츠차림으로 걸어 나오던 모습은 수많은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아시는 그로부터 6년 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다시 나타났다. 32살 노처녀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가 짝사랑하는, 하지만 실체는 지질하기 짝이 없는 남자(휴 그랜트)를 밀어내고 그 마음을 사로잡은 까칠한 인권변호사 마크 다아시였다. ‘오만과 편견’ 속 피츠윌리엄 다아시의 향취가 물씬했지만, 여성 관객은 마크 다아시에게로 또 다시 빠져 들었다.

두 명의 다아시로 다가온 배우 콜린 퍼스(Colin Firth). 이때까지만 해도 여성 관객은 ‘콜린 퍼스=다아시’로서 소비하고 있었다. 포르투갈 여성을 사랑하며 소통을 위해 포르투갈어를 배워 마침내 사랑을 이뤄가는 ‘러브 액츄얼리’(2003년) 속 작가의 모습 역시 거기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러브 액츄얼리’가 흥행하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성시대가 새롭게 열리면서 콜린 퍼스는 ‘로맨틱한 남자’의 이미지로서 국내 여성 관객에게 그렇듯 다가왔다.

콜린 퍼스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밝힌 30대 후반의 한 여기자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이미지 덕분일 테지만 바르고 젠틀한 매력이 있다”고 그를 설명한다. 이어 “여성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 것 같은 그런 캐릭터로서 자리한다”고 덧붙였다. 40대 여성인 영화관계자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대표되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한때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웠다”면서 “여성들의 또 다른 이상형으로 받아들여도 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달랐다. 오로지 한 가지로만 고정된 이미지를 과감히 깨부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동성연인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채 살아가는 교수(싱글맨), 아내에겐 다정하지만 어딘가 불안감을 안기는 미스터리한 남편(내가 잠들기 전에), 말을 더듬는 왕 조지 6세(킹스 스피치) 등이 그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콜린 퍼스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시켜줬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콜린 퍼스에게서 로맨스와 로맨틱한 남자를 꿈꾼다.

● 매너가 로맨틱함을 만든다

여성들은 콜린 퍼스로부터 “매너와 품격”을 읽는다. 영국남자 혹은 영국신사만이 갖고 있을 법한 “매너와 품격”으로서 “이성에 대한 자상함과 따스함”(40대 여성 영화관계자)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다. 변호사였거나, 작가였거나, 귀족이었거나, 심지어 왕이었던 스크린 속 캐릭터로서 각인된 이미지는 그리 쉽게 깨지지 않아서, 콜린 퍼스는 그야말로 품격 있는 영국남자의 향기를 갖게 됐다. 40대 여성인 또 다른 연예관계자는 “웬만한 걸 제압할 힘이 있지만 그 힘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절제의 품격을 가진 남자”로 콜린 퍼스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 같은 로망과 이미지에 주효한 매개로서 힘을 얹어준 것 가운데 하나로 그의 영국식 발음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킹스 스피치’가 여실히 들려준 콜린 퍼스의 영국식 발음은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여성 관객이 그에게서 꿈꾸는 로맨틱함에 대한 욕망을 더욱 달콤한 로망으로 이끌었다.

영화 해외마케팅사 M라인 디스트리뷰션 손민경 대표는 “단어의 모든 철자를 있는 그대로 발음하는 영국식 영어는 때로 격하게 들리지만 그래서 더욱 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손 대표는 이어 “콜린 퍼스의 목소리는 스위트하다”면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국식 발음과는 또 다르게 남성적 느낌을 안겨주는 그의 영국식 악센트는 여성 관객에게는 색다르고 새로운 느낌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 현실과 이미지의 기분 좋은 동일시

콜린 퍼스는 여성 관객의 이 같은 ‘편견’ 아닌 ‘편견’을 보기 좋게 현실화한다. 이런 점에서 스크린 속 이미지만으로 그를 가두는 것은 온전치 않을지 모른다.

콜린 퍼스는 1997년 이탈리아 출신 영화제작자 리비아 지우지올리와 결혼했다. 그와 결혼하기 위해 ‘러브 액츄얼리’ 속 작가처럼 실제로도 이탈리아어를 배운 콜린 퍼스는 부인과 함께 작은 구설 하나 없는 행복한 일상을 일궈가고 있다. “부인에게도 헌신적인 것으로 알려진”(30대 여기자) 콜린 퍼스의 이런 실제 삶은 영화 속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소신”이 따라 붙는다. 손민경 대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남자의 소신을 지니고 있다”면서 “그것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에코숍을 운영하는 등 활동을 펼치는 환경운동가이면서 공정무역 옹호자이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하며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입장을 당당히 밝히며 캠페인을 펼친 활동가이기도 하다.

배우의 위상을 인식하고 현실을 바꿔가려는 의지로서 이를 발현하는 그의 모습은 “매너와 품격”을 지닌 프로페셔널함의 매력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에 더해 ‘킹스맨’ 시리즈를 통해 이전에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중년의 스타일로서 콜린 퍼스는 또 하나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위 영화관계자는 “제복의 매력을 바라보는 여성적 시선 안에서 ‘킹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제대로 재단된 슈트의 느낌은 퍽이나 멋져 보인다”면서 “바로 그런 분위기가 젠틀함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섹시함의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를 위 연예관계자는 “남자의 완성이자 판타지”라면서 “꼰대가 아닌 품격 있는 선배이자 어른이자 장인”이라는 극찬으로 이어갔다.

그러니 콜린 퍼스를 향한 여성 관객의 시선은 결코 “편견”일 수 없을 터. 현실과 이미지의 정확하면서도 기분 좋은 동일시가 숱한 남성들의 질투를 자아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 콜린 퍼스는?

▲1960년 9월10일 영국 태생
▲10대 시절 연극 워크숍 계기로 배우가 되기로 결심
▲1983년 연극 ‘어나더 컨트리’로 데뷔
▲1995년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로 본격 스타덤
▲2001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한국 관객에 깊이 각인. 이후 지난해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까지
▲2003년 영화 ‘러브 액츄얼리’
▲2009년 ‘싱글맨’으로 영국 아카데미·골든글로브 등 남우주연상
▲2010년 ‘킹스 스피치’로 미국 아카데미·영국 아카데미 등 남우주연상 등
▲2015년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로 국내 여성 관객 다시 한 번 사로잡음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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