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왼쪽)이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전 8회 수비 때 상대 이진영의 홈런이 비디오판독으로 인정 2루타로 판정된 뒤 1루 주자의 득점 인정과 관련해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관중들과 TV 중계 시청자 모두 정확한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아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일본프로야구는 경기 중 심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세세한 상황을 설명해 관중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이에 가담한 일부 선수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왜 퇴장일까’라는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판진의 명확한 설명도 팬들에게 직접 전달되진 않기 때문이다. 오해를 낳아도 할 말이 없다.
KBO리그는 국내 최대 프로스포츠다. 관심도와 팬덤은 타 종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관중 수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그 많은 팬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몰입도도 떨어진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선 심판이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는데”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NPB에선 경기 도중 심판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NPB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제도를 시행한지 20년이 훨씬 넘었다. 선수, 감독의 퇴장 이유나 판정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관중에게 주의를 줄 때 마이크를 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지바 ZOZO마린필드에서 만난 한 야구팬은 “우리 팀에 유리하든 불리하든 의문부호를 지우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으니 좋은 제도 아닌가”라고 밝혔다. 요미우리에서 뛰며 NPB를 경험한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벤치클리어링 직후로 기억한다. 심판이 마이크를 잡는 광경이 생소했지만, 신선했다”고 밝혔다.
심판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는 일본프로야구. 사진|KBS1 캡쳐
그러나 KBO리그는 다르다. 메이저리그식 비디오판독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 보는 이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현재는 기록원이 경기 중 일어난 상황을 설명하곤 하는데, “비디오판독을 실시한다”, “판독 결과는 아웃 또는 세이프다”에 그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특정 상황에 국한한다.
19일 잠실 kt-LG전 8회초 1사 1·2루에서 kt 이진영의 타구를 최초 홈런으로 판정했다가 비디오판독 직후 2루타로 번복한 뒤 1루 주자의 득점까지 인정한 상황이 좋은 예다. 당시 LG 양상문 감독이 이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는데, 정확한 상황 설명이 이뤄졌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한 베테랑 야구인은 “KBO리그에서도 심판이 마이크를 잡는 것에 대한 의견이 나온 적이 있지만, ‘꼭 해야 하나’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 KBO 핵심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심판들이 마이크를 잡는 것을 검토하고 있더라”며 “(KBO리그에서도) 시행할 여지는 있다. 지금까지 전혀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알 권리에 대한 팬들의 욕구가 커졌는데 비디오판독 관련, 선수 또는 감독이 퇴장 당했을 때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KBO, 심판위원장과 협의해 진행해야 할 부분이다. 필요성은 느낀다”고 전했다. KBO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포츠다. 비디오판독제도도 정확하게 하자는 취지로 시행한 것 아닌가. (심판들이 직접 설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설명하는 범위에 대해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경기 도중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KBO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심판들이 마이크를 잡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