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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도우미’로 나선 계명대 미래산업사용성평가센터

입력 | 2017-09-22 03:00:00

사용자의 신체-심리변화 데이터化… 사회복지-생활가전-의료기기 등
서비스 질 높이고 기술 경쟁력 높여




21일 계명대 성서캠퍼스 미래산업사용성평가센터에서 움직임 인식센서를 부착한 연구원들이 가전제품을 써보며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계명대 제공

스마트 의료기기 전문기업 ㈜헬스올(대구 달서구)은 최근 휴대용 복약기 ‘캐비넷’을 개발했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에게 하루 최다 4번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결돼 원격으로 알림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제시간에 약을 먹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고심하다 계명대 미래산업사용성평가센터에 의뢰했다. 미래산업사용성평가센터는 ‘노인 고객을 대상으로 개발했지만 때맞춰 비타민 등을 챙겨 먹는 바쁜 직장인에게도 필요한 기기’라며 ‘고객층을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술자 시각에서 제작한 사용설명서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도록 고쳤다. 해외 전시회 참가용 영문 안내책자도 만들었다. 그 결과 매출이 그전보다 16% 늘어났다.

계명대 산학협력단 미래산업사용성평가센터가 기업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제품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 첨단 사용자편의서비스 기반 조성 사업’에 선정됐다. 2020년까지 5년간 173억 원을 투자해 평가장비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한국형 사용성 평가플랫폼 및 표준지표 개발 등을 추진한다. 사회복지와 생활가전, 의료기기, 공공시설물 등으로 매년 분야를 넓힌다.

가전을 비롯한 시중 제품은 특정 소비자보다는 기계적 안정성과 재료 특성에 맞춰 만들어지고 기능 및 디자인 평가도 단편적인 경우가 많다. 센터는 노인과 장애인같이 사회적 약자와 일반인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제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신체와 심리 변화까지 데이터로 만들어 제품에 적용한다. 동작은 물론이고 감각, 인지능력까지 측정하는 첨단 장비를 활용한다.

의사와 기술자 주부 학생 노인 등 각계각층 100여 명이 사용성 평가 지표를 만들면 직접 제품을 쓰는 사람과 전문가가 몇 차례 분석한다. 약 40일 뒤 평가 결과가 나오면 기업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해 바로 제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차 사업기간에 제품 및 디자인 개선과 사용성 평가, 설명서 및 안내서 제작 등 33건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원을 요구한 10여 개 기업의 평균 매출은 10억7000만 원, 고용은 3.1명 늘어났다.

계명대는 의료 관련 자료가 풍부한 약학대와 의과대가 있고, 산업수요가 크게 늘어날 성서산업단지와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서 가깝다. 내년에는 동산의료원 성서병원이 개원한다. 동구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해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계명대의 강점으로 꼽히는 인문 예술 철학을 접목한 사용성 평가도 준비하고 있다. 최성용 센터 선임연구원은 “평가 대상은 기업이 생산하고 실생활에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될 것”이라며 “향후 막 창업한 기업 시제품에 대한 예상 시장 반응도 분석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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