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잔업 폐지-특근 최소화 ‘통상임금 판결’ 후폭풍 현실화
경기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스팅어가 생산되는 모습. 기아차가 생산공장의 잔업을 폐지하고 휴일 특근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측과 노조 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는 하루 30분씩 이뤄지던 잔업을 없애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던 특근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노조에 알렸다고 21일 밝혔다. 기아차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 부응’, ‘판매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조정’,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핵심은 통상임금 판결로 증가할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면 기아차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확대되기 전에 받던 임금보다도 적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는 월평균 7시간의 잔업, 11시간의 휴일근로를 하고 있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할 경우 매달 약 33만 원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잔업 및 특근으로 받게 될 수당은 매달 약 57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잔업과 특근을 중단하면 기타 수당 중 연장·휴일근로수당은 사라지고 야간근로수당만 남게 된다. 본보가 노무사와 함께 분석해 보니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을 때를 기준으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가 받는 기타 수당은 32만 원 정도다. 판결 이전에 받아오던 기타 수당 약 52만 원보다 20만 원가량 줄어든다. 연간 임금 총액으로 보면 240만 원 가까이 감소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통상임금 소송 판결로 인한 후폭풍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면 생산량도 줄어 협력업체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타격을 입은 부품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기아차는 이번 조치로 연간 국내 생산량이 약 4만1000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아차의 국내 생산량 132만 대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아차 사측의 결정에 대해 노조가 반발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집행부 선거를 치르고 있어 올해 임금 협상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노조는 임금 협상에서 잔업과 특근의 일방적 폐지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장기간 파업도 우려된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이날 “회사가 일방적으로 잔업을 통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으며 잔업 복원 등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할 때까지 노조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