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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WD, 추가소송 제기… 도시바 “상관없이 매각 진행”

입력 | 2017-09-22 03:00:00

도시바, SK하이닉스 연합에 메모리 매각 공식 발표… 남은 변수는




도시바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겠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인수에 실패한 웨스턴디지털(WD)이 소송전을 벌이며 매각작업을 흔들고 있지만 도시바 측은 소송과 상관없이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도시바는 홈페이지에 전날 열린 이사회 결의 결과를 발표했다. 도시바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양도하고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도시바는 안정적인 사업 실현을 위해 3505억 엔(약 3조5250억 원)을 재출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바가 밝힌 인수자금은 2조 엔(약 20조2000억 원)이다.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보통주와 대출을 합쳐 6000억 엔(약 6조600억 원)을 낸다. 이 중 상당액을 SK하이닉스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 델 등 미국 기업 4곳이 의결권 없는 우선주 형태로 4000억 엔(약 4조400억 원)을 낼 예정이다. 주요 거래은행은 6000억 엔가량을 대출해준다.

8개월 동안의 혼란 끝에 매각처를 선정한 도시바는 정식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르면 오늘 중이라도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전했고 NHK는 “며칠 안에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매각 절차를 마쳐야 상장 폐지를 피할 수 있다.

일단 결정은 내렸지만 매각전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WD는 한미일 연합의 승리가 전해진 20일 도시바가 WD와 공동 운영 중인 욧카이치 공장의 일부 시설에 단독으로 투자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며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WD는 5월에도 ICC에 도시바를 상대로 메모리 사업 매각 금지 중재신청을 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매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소송이지만 이 타이밍에 제기한 것은 도시바를 견제하려는 의미가 강한 것이다. 연이은 소송으로 상황이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법원에도 WD가 도시바를 상대로 낸 사업 매각 중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WD가 매각 중지 소송을 철회하지 않더라도 매각 절차를 완료할 수 있다. WD의 중재신청에도 불구하고 매각 계약에 따라 양도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끝날 소송은 아니고 최종까지 ICC와 캘리포니아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인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통과해야 하는 반독점 심사도 남았다. 심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메모리 동종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인수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NHK는 “일본 기업이 관련된 인수합병 사례에서는 중국이 심사를 예상보다 늦게 한 경우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종 계약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