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으로 국가경쟁력 UP]<4> 싱가포르, 체계적 사후관리
6일 오후 화려한 조명이 켜진 싱가포르 강변 클라크 키의 야경. 과거 부두였던 이곳은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을 거쳐 싱가포르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지역주민 중심의 운영과 관리가 계속되고 있다. 싱가포르=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960년대 일찌감치 도시재생에 나선 싱가포르는 지속적인 사후관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 도시재생 전담 정부 기관인 도시재개발청(URA)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돕는 민간 부문의 협력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성공 비결
싱가포르 남부의 탄종파가르 지역에서는 옛 모습을 간직한 ‘숍하우스’를 많이 볼 수 있다. 빨간 지붕의 낮은 숍하우스와 초고층 빌딩이 어우러진 풍경은 싱가포르의 명물로 꼽힌다. 싱가포르=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초기에는 우후죽순처럼 상점이 들어서면서 난개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싱가포르강 일대가 오늘날 같은 세련되고 쾌적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비영리 민간회사인 ‘싱가포르리버원(SRO)’의 역할이 컸다. SRO는 이곳 개발에 참여한 민간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 지역상인, 토지 소유주 등이 주도해 2012년 출범했다. 이 지역의 경관, 영업, 기반시설 등 모든 관리가 SRO를 중심으로 하나의 체계로 통합됐다. URA가 도시재생으로 바꾼 이곳을 SRO가 관리 및 운영하며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SRO는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년 11월이면 ‘싱가포르 리버 페스티벌’이 열린다. 각각의 키(부두)를 연결하는 지하도에는 아티스트를 초청해 벽화를 그리게 했다. 이 지역 서큘러로드는 매주 금, 토요일마다 차량 없는 거리로 변한다. 이 덕분에 주말 유동인구가 45%가량 늘었다. SRO의 환경 개선 노력으로 불건전한 주점 9곳이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제니 챈 씨(39·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점들의 호객행위가 심했는데 요즘은 가족과 주말을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곳”이라며 웃었다.
SRO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거나 URA가 제안한 개발계획에 참여하는 등 지역과 정부 사이의 중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에드먼드 웡 SRO 매니저는 “URA, 관광청, 환경부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던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매우 효율적이다. 이곳을 가장 잘 아는 지역민들이 주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기도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URA는 보조금을 통해 SRO를 지원한다.
○ 신구(新舊) 조화 통한 경쟁력 확보
탄종파가르는 오래된 상업중심지다. 쇠퇴한 구도심 재생에 나선 정부는 숍하우스를 철거하는 대신 보존했다. 1987년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숍하우스의 주인은 5년에 한 번씩 외벽을 다시 칠하는 등 전체적인 외관을 유지해야 한다. 그 대신 URA는 숍하우스와 이어지는 인도를 정비하고 비상구 계단 등 필요한 기반시설을 마련했다. 이런 보존 사업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현재 싱가포르 전역 100곳 이상의 지역에서 숍하우스를 포함한 건물 7000여 채가 보존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국토개발부 산하 연구기관인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센터(CLC)’의 레미 구오 선임연구원은 “숍하우스를 헐어 버리고 고층빌딩을 지었다면 수익성은 훨씬 높았겠지만 역사와 정체성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일은 그(수익성)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사후관리로 ‘재생 도시’에 자생력을 부여하는 싱가포르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1년 정부는 시민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폐쇄된 탄종파가르의 옛 기차역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1930년대의 외관을 유지한 채 싱가포르 지하철(MRT)과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5년 문을 연 내셔널갤러리도 옛 시청사와 대법원 건물을 연결해 개·보수한 건물.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두 건물을 이어 만든 독특한 구조 덕분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구오 선임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관리도 도시재생 과정의 일부”라며 “역사적 건축물의 물리적 형태는 유지하되 유연한 활용을 허용하는 것이 자생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