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
모데미풀은 한국 토종 식물이다. 야생에서 자라지만 많이, 혹은 흔히 발견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리산이나 태백산처럼 높고 춥고 외진 곳에서 가끔 발견된다. 이름도 지리산 모데미 마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모데미풀이라 붙여졌다. 이렇게 식물 모데미풀을 알고 나면 시 ‘모데미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시에서의 ‘모데미풀’이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다. 시인은 높고 외진 곳에만 머무는 모데미풀이 얼마나 고독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모데미풀이 눈을 떴다. 저 멀리서 하늘이 외로워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가난한 사람이 배고픔을 이해하고 상처받은 사람이 아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모데미풀은 외로웠기 때문에 하늘의 외로움을 알아차렸다. 모데미풀은 자신의 외로움 속에 갇혀 다른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바라보고 손을 잡아 주는 것. 이런 작은 일로 하늘은 다시 웃을 수 있었다. 모데미풀 역시 더 이상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을 발견했을 때 외로움은 위로받았다.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을 바라봐 주었을 때 외로움은 치유되었다. 시인은 이 바라봄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 이 거창해 보이는 감정은 다정한 발견이나 그윽한 바라봄만으로도 가능하다. 안 할 이유, 못 할 이유가 없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