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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 무력시위 40억… ‘죽음의 백조’ 폭격훈련에 200억원

입력 | 2017-09-23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북한 핵-미사일 대응전력 비용은…




북한이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우리 군은 즉각 현무-2A 탄도미사일 2발(1발은 추락)을 동해상으로 쏴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도발원점(평양 순안비행장)을 겨냥한 실거리 타격 훈련이었다. 국산 무기인 현무-2A의 기당 가격은 약 20억 원. 한 차례 대북 무력시위에 40억 원가량이 들어갔다.. K-9 자주포 1대, 병사(상병 기준) 2만여 명의 한달치 월급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종착점에 다가서면서 한국군은 대응 전력 확충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첨단 재래식 공격·방어무기의 도입과 개발에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핵·미사일 대비 능력 확충이 ‘쩐(錢)의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와 실태를 짚어본다.

○ 5차례 대북 무력시위에만 200억 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정은은 유례없는 ‘릴레이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고각(高角)·정상 발사 등 10차례의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까지 모든 ‘핵·미사일 카드’로 한국과 미국을 협박했다.

당초 대화를 강조하던 정부도 강공(强攻) 모드로 전환했다. 김정은의 기를 꺾기 위한 고강도 무력시위가 이어졌다. 군은 평양 주석궁(김정은 집무실) 등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지하벙커를 정밀 타격하는 실폭격 훈련을 연거푸 실시했다. 7∼9월 중순 사이 5차례의 한국군 단독 무력시위에 16기의 현무 미사일과 공대지미사일, 재래식 폭탄이 사용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0억 원이 넘는다. 전투기 등 투하 장비 전개 비용과 인건비 등은 뺀 금액이다.

미국도 대북 무력시위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1대가 괌 앤더슨 기지에서 한국으로 한 차례 전개하는 비용은 약 30억∼40억 원으로 추정된다. 공중 급유와 무장·정비, 전투기 엄호 등이 포함된 비용이다. 군 관계자는 “B-1B 전폭기가 가장 많이 출격하는 지역이 한반도”라며 “올해 전개 비용만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8일에는 주일미군 기지의 F-35B 스텔스전투기 4대와 B-1B 전폭기 2대가 한국에서 실폭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만 200억 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도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참가하는 미군 전력 가치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7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한 핵추진 항공모함은 척당 10조 원 안팎이다. 미 본토 등에서 전개되는 공중 전력과 주한미군, 한국에 비축된 사전 배치 물자(전쟁 예비 물자)를 포함하면 총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40조3347억 원)의 74%에 해당한다.

군 당국자는 “1개 항모전단이 한 차례 한반도 전개 훈련을 하는 데만도 최소 400억∼5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무기의 정례 배치를 한국이 요구해도 미국이 망설이는 이유가 결국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 1기에 150억 원, 1대(척)에 1000억 원, 1조 원…

군은 내년 국방예산 가운데 방위력개선비(13조4825억 원)의 32%(4조3359억 원)를 북한 핵·미사일 대응력을 갖추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의 조기 구축에 집중 투자된다. 그 핵심인 현무 계열의 탄도·순항미사일의 개발·양산에만 5000억 원이 투입된다.

대당 1000억 원이 넘는 F-35A 스텔스전투기 40대와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2대, 1조3000억 원 규모의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포대, 1조 원 규모의 고고도무인정찰기(글로벌호크) 4대, 척당 1조 원이 넘는 이지스함 3척(선체는 국내 건조) 등은 해외에서 도입해야 한다. 2020년대 초까지 킬 체인과 KAMD를 구축하는 데 총 15조∼17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군이 SM-3 요격미사일과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1기 가격은 150억 원이다. 3척의 이지스함에 20∼30기씩 장착할 경우 9000억∼1조3500억 원이 필요하다. 핵추진잠수함의 건조 비용은 척당 1조 원이 넘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 발로도 파멸적 타격을 주는 핵공격을 재래식 무기로 저지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능력이 진화할수록 우리 군의 대응 비용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가성비로 치면 핵무장이 ‘갑’

북한의 핵을 고가의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으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위력과 개발 비용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 놓고 보면 핵무기가 재래식 무기를 압도한다. 단 한 발로 재래식 폭탄 수만∼수십만 발의 파괴력을 발휘하면서도 후진국도 개발 및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조 원을 투입해 18개월 안에 핵개발(양산 제외)을 끝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 전력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핵 보유는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고 재래식 전력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사실상의 핵보유국’들도 이런 이유로 핵무장을 실행에 옮겼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수소폭탄급 핵무기까지 다량 배치할 경우 한국군 재래식 전력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핵무장론이 본격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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