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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간다운 삶을 위한 지성들의 윤리 강연

입력 | 2017-09-23 03:00:00

◇국가와 윤리:고대로부터 현대까지/김우창 등 지음/440쪽·1만9500원·글항아리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직 임명이 쉬웠던 만큼 공직 수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는 가히 징벌적이었다. …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출된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가 터무니없이 허술하다. … 공직자들이 서로 담합하거나,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일에 몰두할 때가 많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4월 강연한 내용 중 일부다. 최 교수는 강연에서 다원적 구조와 시민사회로부터 조직된 정당의 변화, 새로운 사회적 힘의 진입을 촉구한다. 책은 ‘문화의 안과 밖’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시리즈 강연 중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이상익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의 강연을 비롯해 정치와 윤리 관련 강연 5개와 토론을 묶었다.

박성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그리스 아테네 민주주의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직접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작동한 기원전 4, 5세기 ‘데모스’(민중)가 실질적인 지배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도로 ‘도편추방’ 등을 꼽는다. 도편추방은 흔히 참주(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을 추방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지만 참주 출현 위험과 별개로 철저히 엘리트를 견제하는 제도였다는 것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근대 세계의 희망과 불안’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통해 행복한 삶과 가까운 미래 사회의 전망을 묻는다. 토론자로 나선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진화의 관점에서 행복은 생존과 번식의 수단에 불과하며, 인간 본성에 관한 이해가 바뀐 이 시대에는 유토피아 논의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논의가 충분히 전개되지 않은 채 끝나버리는 듯한 감도 없지 않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