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가맹점-협력업체 뒤숭숭
“개인 제과점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한 건 기술 숙련도가 높은 제빵기사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를 통해 인력을 수급했는데, 하루아침에 불법 낙인이 찍히면서 가맹점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
서울에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운영하는 유성원 대표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제빵기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임금이 본사 기준으로 오를 것이고, 본사는 가맹점에 20% 오른 인건비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용노동부가 21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은 고용부의 본사 직접 고용 방침에 따라 폐업에 직면했다. 이 중 8곳은 고용 인력 전원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라서 본사에 이들이 넘어가면 문을 닫게 될 처지다.
제빵업계에 이런 관행이 자리 잡은 건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을 점주가 직접 구하기 어려워서다. 협력업체를 이용하면 가맹점주는 수월하게 인력을 구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품질 유지를 위해 이렇게 구한 제빵기사를 본사가 교육·훈련한 것인데, 정부가 현장 상황을 모르고 불법으로 결론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경영영업 활동에 조언과 지원을 할 수 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상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교육훈련 및 기술지도와 인사·노무 관리 및 업무 지시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파견법상 인사 노무 관리를 하고 업무 지시를 내린 주체가 실질 사용자라는 게 고용부의 주장이다.
제빵기사의 실질 사용자는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라는 파리바게뜨의 주장에 대해 고용부는 “사용자는 근무 장소가 아니라 지휘·명령 여부로 판단한다”며 “가맹점 매출이 늘면 파리바게뜨도 재료 판매 수익이 늘고 시장 점유율, 가맹점 증가 등 추가 이익을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은 “본사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팔아 일차적으로 가맹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지 재료인 ‘휴면반죽’을 팔아 당장 매출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다. 논리의 비약”이라고 설명했다.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할 직원을 직접 고용하면 유동적인 가맹점 수에 맞출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는 늘기도 하지만 줄어들 수도 있다. 가맹점 수가 줄면 본사가 직접 고용한 직원을 함부로 자를 수 없어 경영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32개 업종만 파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파견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가맹점주의 요구로 협력업체의 직원을 채용하는 관행에 불법 딱지가 계속 붙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해외에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거의 없다. 가맹사업을 파견법으로 규제하는 사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32개 업종을 정할 때 가맹사업이나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논의 대상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파견근로에 대해 지금처럼 특정 업종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이라면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과거 잣대로 판단하는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은서 clue@donga.com·김호경·한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