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선수들이 2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GS칼텍스의 우승은 언더독의 반란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제 GS칼텍스는 새 시즌 V리그에서 새로운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 GS칼텍스
GS칼텍스는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배구계 절대다수가 GS칼텍스를 최약체로 꼽았고, 심지어 차상현 감독조차 우승까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팀이 가진 잠재력은 객관적 전력 이상이었다. GS칼텍스는 KOVO컵 우승을 통해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최대 소득이다. 이제 이들의 시선은 V리그로 향한다. GS칼텍스가 기세를 타며 V리그 여자배구 판세도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 스피드 그리고 에너지 배구
GS칼텍스는 2016~2017시즌을 5위로 마쳤다. 3시즌 연속 봄배구를 못했다. 변화는 불가피했다. 관건은 방향성이었다. 2016년 12월 중도 퇴임한 이선구 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차 감독은 2017~2018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피드’와 ‘에너지’를 테마로 잡았다. 베테랑 세터 정지윤이 은퇴했고, 한송이가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과거 정대영-배유나(이상 도로공사)에 이어 황민경(현대건설)까지 프리에이전트(FA)로 떠나보냈다.
높이와 연령이 낮아진 반면, 스피드와 체력을 강화하는 노선을 취했다. 팀에 관록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차 감독은 훈련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GS칼텍스는 KOVO컵에서 준결승까지 3경기를 모두 5세트까지 가서 이겼다. 특히 예선 첫 경기 도로공사전에서 처음 두 세트를 일방적으로 내준 뒤, 내리 3세트를 따내는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 컸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2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도 다시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로 잡았다. 25살 레프트 표승주와 이나연이 리더로서 능력을 보여줬고, 20살 레프트 강소휘는 KOVO컵 MVP에 올랐다. KOVO컵을 통해 이제 누구도 GS칼텍스를 만만히 볼 수 없게 됐다.
● 과제는 듀크-강소휘-표승주의 이단공격
GS칼텍스는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던 리베로 나현정과 센터 김유리가 V리그에 맞춰 합류한다. 그러나 국가대표의 가세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3강으로 뽑힌 IBK기업은행~현대건설~도로공사는 더욱 강력해진 스쿼드로 V리그를 벼르고 있다. 특히 KOVO컵을 통해 여자배구의 트렌드도 강력한 서브로 이동하고 있음이 목격됐다.
일본 전훈을 통해서 체력, KOVO컵을 통해 조직력을 확인한 GS칼텍스 차 감독이 가장 유념하는 지점은 바로 서브 리시브다. 정확히 말하자면 리시브의 정교함을 올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리시브가 잘 안 됐을 때의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리시브가 흔들리면 동일 포메이션에서 계속 점수가 발생하는 것이 여자배구의 특징이다.
GS칼텍스 듀크-강소휘-표승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GS칼텍스의 건강한 리빌딩
여자 프로배구에서 부자구단으로 손꼽히는 GS칼텍스는 의외로 외부 FA 시장에 소극적이었다. 자체 FA도 무리하게 잔류를 시도하지 않았다. 육성에 방점을 찍은 리빌딩 노선을 밟은 것이다. 실제 젊은 GS칼텍스는 해가 갈수록 더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차 감독이 중심을 잡아주며 어린 선수들이 흔들릴 때 의지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다. 다만 승리 없는 리빌딩처럼 공허한 말이 없는데 KOVO컵을 통해 이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7~2018시즌 V리그에서 GS칼텍스 앞에 놓인 길은 꽃길이든, 고난의 행군이든 그런 모든 행적이 미래를 위한 경험의 축적이 될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