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스포츠 가리지 않는 트럼프의 ‘말폭탄’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보수성향이 강한 미 남부 앨라배마주 연설에서 애국심을 적극적으로 표하지 않는 선수들은 해고당해야 한다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간에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벌인 선수들을 ‘개자식’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청중은 트럼프의 단어 선택에 열광했다. ‘USA! USA!’라는 연호가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 공격이 정치인과 언론인에서 스포츠 선수들로 확대되자 그의 골수 지지층을 제외한 미국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유력 리그의 우승팀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훈훈한 장면도 당분간은 연출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세진 비판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만 달러를 NFL이나 기타 리그에서 받는다면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싫으면 다른 일을 찾아 보라”고 적는 등 거리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커리의 동료들이 엄호하고 나섰다. 커리와 더불어 NBA 최고 스타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는 트위터에 “거지야(트럼프를 지칭), 커리는 이미 백악관에 안 간다고 했으니 초청 철회는 말이 안 된다.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백악관에 가는 건 큰 영광이었다”고 적었다. NBA선수협의회는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하는 회원을 보호한다”고 밝혔고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트럼프의) 분열적인 발언은 그가 NFL에 대한 존중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국프로야구(MLB)도 반응했다. 커리의 소속팀과 연고지가 같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포수 브루스 맥스웰은 2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안방경기에서 국가 연주 시간에 트럼프가 전날 비난했던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MLB 선수로는 처음이다. 지난 시즌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농구대회 우승팀인 노스캐롤라이나대(UNC)도 같은 날 초청을 받았음에도 백악관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UNC 측은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