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4연임 유력
모든 언론이 4선 연임이 확정됐다고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베를린과 독일 북쪽 슈트랄준트 지역을 연이어 방문하며 분주히 마지막 표밭을 다졌다. 그는 부동층이 많이 몰려 있는 이 지역을 찾아 “많은 이들은 선거 전날 결정하기 마련”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사민당(SPD) 대표는 자신의 집이 있는 아헨에서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는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서 부인과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선거 유세를 마무리했다.
이날 각종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 연합 지지율이 34∼36%로 선두에 올랐고 슐츠가 이끄는 사민당은 20∼22%로 뒤를 이었다. 이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중도우파 자유민주당, 중도좌파 녹색당, 극좌 좌파당이 7∼10%로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은 순위와 무관하게 득표율이 향후 독일 정국뿐 아니라 유럽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막판까지 각 당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이 확정되면 통일 독일을 이끈 헬무트 콜 전 총리와 같은 연임 기록을 세우게 된다. 23일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1998년 최저 성적표로 당선된 콜 총리가 기록한 35%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색채가 비슷한 자유민주당과의 연정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어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색깔이 다른 녹색당을 끌어들이거나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다시 고려하는 등 어떤 선택도 정부 구성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국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극우정당 AfD의 득표율도 관심이다. 1, 2위 양대 정당의 힘이 예전만 못하면서 4개 당(녹색당, 자유민주당, AfD, 좌파당)이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난민 수용과 유럽연합(EU)에 적대적인 AfD가 3위로 치고 올라올 경우 향후 메르켈 총리의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는 4연임 확정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글로벌 리더십 대결 구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12년 동안 실업자 수를 반으로 줄이고 유럽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끈 ‘여제’ 메르켈 총리는 최근 들어 ‘국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세계 평화 대통령’ 리더십으로 국제사회에서 외교로도 각광을 받아 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