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카탈루냐 독립투표 놓고 ‘강행 vs 저지’ 일촉즉발 긴장
10월 1일 카탈루냐 독립 국민투표를 앞두고 스페인 전역이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975년 독재정권 종말 이래 40여 년 만에 맞은 스페인 민주주의 최대의 위기”라고 전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어느 때보다 강하게 독립을 주장하며 “지금이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중앙정부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투표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23일 폐쇄됐던 홈페이지를 새로 열어 주민들에게 투표 방법을 설명하는 등 중앙정부의 집요한 방해에도 투표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투표 결과 찬성이 많이 나올 경우 48시간 내 독립을 선언하고 국경을 통제할 계획이다.
이에 불을 붙인 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경제다. 2005년 13%에 불과했던 독립 찬성 여론이 최근 44%까지 치솟은 현상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스페인의 카탈루냐 의존도가 높아진 것과 맞물려 있다. ‘우리가 왜 스페인의 다른 지역까지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카탈루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카탈루냐는 면적은 전체의 6%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16%를 차지한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자 지역으로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맡고 있다. 해양 무역에 의존하던 단조로운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관광 서비스와 최첨단 산업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중앙정부는 독립을 막는 데 필사적이다. 법적으로도 독립에 대한 어떤 조항도 없고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투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루이스 데긴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최근 독립 이후 카탈루냐 경제 전망에 대해 “카탈루냐 GDP가 25∼30% 급락하고 실업률은 갑절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립 즉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에 속하지 않게 돼 교역에 관세가 생겨 경쟁력이 떨어지고 은행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 즉시 EU와 협상해 유로존에 남겠다고 하지만 일단 EU는 스페인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중앙정부는 불복종하는 지방정부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쓰인 헌법 제155조를 발동할 태세다. 표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결과의 효력을 두고 한바탕 충돌은 불가피하다. 어느 쪽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곳곳에는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이 많아 이번 한 주간 유럽 국가의 시선은 모두 카탈루냐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