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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신고리 공사재개측 반발… 공론화위 ‘덜컹’

입력 | 2017-09-25 03:00:00

“정부 脫원전 홍보 중립성 저해… 한수원 활동 막으면 위원회 보이콧”
반환점 돌자 찬반측 신경전 치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공론화 과정에서 배제하라는 정부 지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탈(脫)원전 단체들이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등 신고리 5, 6호기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다.

24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를 중심으로 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대표단은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표단은 한수원과 정부출연기관의 건설 재개를 위한 활동을 중단하라는 정부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요구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의 참여를 막으면 전국 순회 토론회, 공론화위에 참여하는 일정을 연기 또는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원 등은 건설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를 제공해왔다.

건설 재개 대표단은 2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과 한수원 노조에 보낸 공문을 문제 삼았다. 공론화위는 20일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한수원과 정부출연기관의 건설 재개 측 활동 중단을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를 근거로 산업부는 “한수원의 건설 재개 활동, 노조의 물품 배포 등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활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발송했다. 한수원이 건설 재개 측에서 활동하는 걸 금지한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등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측은 공론화위에 한수원을 배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원전에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또 한수원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론화 기간에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측은 “정부가 사실상 탈원전 정책 홍보를 하고 있고 중립을 지켜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책 사업인 원전의 특성상 전문가 대부분이 한수원과 국책연구원 소속인데, 이들이 빠지면 시민참여단에 원전의 장점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은 약 한 달 뒤에 결정된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찬반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신고리 건설 중단 측은 13일 시민참여단에 배포할 자료집 순서와 제목이 공정하지 않게 만들어졌다며 공론화위 참여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여파로 자료집 제작이 늦어지면서 시민참여단은 아직 신고리 5, 6호기 관련 공식 자료집을 받아보지 못했다. 24일에는 자료집 원고 일부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생겨 양측 간에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론화위는 이날 양측 대표단을 불러 모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25일로 예정됐던 울산지역 토론회는 연기됐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