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둘러싼 의문과 과제 소아마비 백신 충분히 확보 못해… 4∼6세 추가접종 내년 2월로 연기 온라인서 백신 부작용 사례 부풀려… 도시지역-선진국 ‘백신 거부’ 확산
소아 예방접종은 감염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소아마비 및 결핵 백신의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해외 제약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 필수 백신 국산화 시급
12세 이하가 무료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 및 병원체는 총 16종이다. 결핵과 B형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홍역, 풍진, 유행성이하선염, 수두, 일본뇌염이 대표적이다. 2013년 이후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균(뇌수막염 등의 원인), 폐렴(폐렴구균), 자궁경부암(사람유두종바이러스), A형간염, 인플루엔자(독감)가 추가됐다. 접종 지원 비용 대비 예방 효과가 큰 감염병을 우선적으로 정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4∼6세 아동의 소아마비 백신 추가접종을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소아마비가 크게 유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소아마비 예방은 기초접종 3차례(생후 2, 4, 6개월)와 추가접종 1차례(4∼6세) 등 총 4번 이뤄진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공급 경로를 다양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급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주요 백신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등 주요 의약품을 공공제약사가 생산하도록 하는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6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업계 반발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태다.
○ 도시-선진국에서 심한 ‘백신 거부’
전문가들은 백신 부족 못지않게 ‘백신 거부’ 현상을 우려한다. 안아키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김모 씨(54·여)는 “아이에게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말고 수두 감염자와 접촉시켜 면역력을 키우라”고 주장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유사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예방접종 거부 현상은 선진국과 도시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에 태어난 43만8982명의 국가예방접종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필수 예방접종 20차례를 모두 완료한 아동의 비율은 서울 광주(이상 88.2%) 부산(88.3%) 대구(88.4%) 등 대도시가 강원(91.8%) 충남(91.5%) 충북(91.2%) 등 농촌 지역보다 낮다. 시군구 중에선 강원 태백시(96.9%)가 1위, 서울 용산구(80.8%)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감염학계에선 온라인에서 일부 백신 부작용 사례가 부풀려져 예방접종에 대한 편견이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선 “홍역 백신을 맞으면 자폐증에 걸린다”는 소문이 돌아 시민들이 홍역 예방접종을 거부하면서 2000년 퇴치 선언한 홍역이 2014년부터 미네소타주를 중심으로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률이 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실제 면역률은 70%에도 못 미쳐 집단 면역에 문제가 생긴다”며 “예방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웹사이트를 정부가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