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제품 3600개 회수 전량 폐기 불량 수액세트 속출하는 까닭은 다른 의료기기에 끼워 파는 관행 탓
중견 의료기기 업체가 만들어 아주대의료원에 납품한 수액세트(연결관)에서 6월 벌레가 발견돼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6월 27일 급성위장염으로 아주대의료원에 입원해 수액을 맞은 A 양(16)의 보호자는 수액세트에서 벌레를 발견해 의료진에 이를 알렸다. 병원 측은 즉시 식약처에 신고했다.수액은 혈액을 거쳐 뇌, 심장으로 가기 때문에 오염 시 부작용 우려가 크다. A 양은 다행히 감염 증상은 없었다. 병원 측은 “수액세트에 벌레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해 투여 전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이튿날 수액세트 제조사인 충남 천안시 세운메디칼을 조사했다. 이 공장엔 수액세트뿐 아니라 다른 의료기기와 치료 재료의 원자재도 비위생적 환경에 보관돼 있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 3600개를 회수해 전량 폐기하고, 해당 공장의 생산을 중단시키는 ‘전(全) 제품 제조 중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신고나 민원이 접수된 것 외에 다른 제품의 제조까지 중단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불량 수액세트가 속출하는 건 제조업체가 품질 대신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수액세트를 다른 의료기기에 끼워 파는 ‘헐값 납품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엔 수액세트 1개당 수가가 매겨져 있지 않다. 그 대신 ‘정맥주사’라는 급여 의료행위에 포괄 합산돼 있다. 문제는 정맥주사 수가가 원가보다 낮다는 점이다. 당연히 병원은 값싼 수액세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는 수액세트를 싸게 넘기는 대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기기 가격을 높여 수익을 낸다.
결국 식약처가 제조업체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맥주사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가격이 저평가돼 있는 의료행위의 수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