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치매 치료에 효과 있어
대마는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다. 잎과 꽃을 건조시켜 담배 형태로 만든 게 마약류인 대마초다. 반면 줄기에서 얻은 섬유로 만든 직물이 삼베다. 진통제나 뇌전증(간질) 치매 등 질병 치료제로도 쓰인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은 이런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 약효가 있는 대마 잎과 꽃은 연구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6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만든 강성석 목사(38)는 “한국은 의료용 대마에 있어선 ‘갈라파고스’와 같다”고 말했다. 캐나다 미국 스웨덴 독일 등에서 의료용 대마는 합법이다. 마약 처벌이 엄격한 일본과 중국도 제한적으로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대마의 주성분 중 하나인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은 인지 기능 저하를 막고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물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다른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뇌전증과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 영국 제약회사가 이 성분으로 만든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사티벡스’는 이미 유통되고 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는 아편으로 만든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그리고 대마로 구분된다. 이 중 대마를 제외한 다른 마약류는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은 아편으로 만든다. 의존성이 강한 약물인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은 수면 내시경 마취에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대마 재배 농가에서는 줄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소각 폐기하는데 이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베를 많이 재배하는 경북 안동시가 시장까지 나서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정부와 국회도 의료용 대마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2015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자료가 불충분하고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법안 논의를 다음 국회로 미뤘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