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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작가 베송의 눈으로 본 ‘야망의 사나이’ 마크롱

입력 | 2017-09-25 03:00:00

‘소설의 등장인물’




한국에서도 ‘이런 사랑’ ‘10월의 아이’ 등으로 알려진 필리프 베송(50)의 신작이 프랑스 파리 서점에 진열됐다. 2001년 34세에 등단하면서 에마뉘엘 로블레스상을 수상한 이후 매년 한 편씩 낼 정도로 꾸준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소설의 등장인물’(사진). 책 밑의 표지 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베송을 통해 본 마크롱.’ 오랜 친구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곁에서 지난 대선 내내 조언을 해 온 그가 본 마크롱 대통령의 이야기다.

책은 지난해 8월 30일부터 올해 대통령 취임식까지 긴박한 대선 과정을 월별로 담고 있었다. 베송은 “그가 엘리제궁에 들어가겠다는 야망을 처음 드러냈을 때 나도 다른 모두들처럼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어떻게 그럴듯한 상황으로 바뀌고 그게 현실이 되어 가는가를 지켜봤다”고 썼다.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흥미로운 책이었다. 선거를 치른 지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렇게 빨리 선거 뒷이야기를 다루는 것부터가 남달랐다. 대통령의 서슬 퍼런 권력이 정점에 달해 있을 때 혹시나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이 담기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것과 달리 그는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글을 전개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인이 아닌 유명 소설가가 마치 기사를 쓰듯 선거 과정을 다룬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결선 투표에서 만났던 극우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결선 투표를 코앞에 두고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그는 미래를 말하지만 아이가 없다”고 공격했다. 대통령의 24세 연상 부인 브리지트가 나이가 너무 많아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비꼰 대목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마크롱의 표정은 어두워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이 있고 손자가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부인이 전남편 사이에 낳은 3명의 자식과 7명의 손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는 대목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세부터 정치를 시작한 르펜의 능숙한 언변에 비해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딱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베송은 마지막 양자 TV 토론에 들어가기 직전 마크롱에게 “당신은 공격당할 때마다 거기에 일일이 다 응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답이 너무 길다. 그저 당신의 본성을 꺼내라”며 전투력을 올려줬다.

그의 책의 마지막은 취임식 날이다. “전임 대통령이 차를 타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태양 아래 레드 카펫에 혼자 남았다. 오늘 그는 대통령이다.”

엘르 매거진은 “이 책은 소설가의 책도 저널리스트의 책도 아니다. 그냥 인도를 걷는 것처럼 밋밋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송의 이 말만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모험과 액션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많지만 야망을 온몸에 가득 안고 새로운 운명을 창조해가는 그만 한 소설의 등장인물을 찾기 힘들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