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3’ ‘탐정2’ 등 시리즈 제작 잇따라
명탐정과 조력자의 활약을 그린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쇼박스 제공
올해 하반기 적잖은 한국영화의 속편이 제작 중이거나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여고괴담’ ‘엽기적인 그녀’ ‘주유소 습격사건’ 등 1편이 흥행한 영화들이 줄줄이 속편을 내놓았지만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속편 제작이 한동안 주춤했던 걸 감안하면 달라진 분위기다.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세 번째 시리즈 제작에 나선 배우 김명민 오달수 주연의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3’은 현재 절반가량 촬영을 마쳤다. 전작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년)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년)은 각각 478만 명과 387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새 영화는 순제작비도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많은 8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
파워블로거가 형사와 함께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내용의 ‘탐정: 더 비기닝’.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밖에도 2009년 6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한 ‘전우치’와 2014년 867만 명을 끌어 모으며 그해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른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속편 제작이 논의 중이다. 5편까지 나온 ‘가문의 영광’ 시리즈도 최근 6편 제작을 선언했다.
그간 한국영화 속편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1999년 전국 231만 관객을 동원한 ‘주유소 습격사건’의 속편은 74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300만 관객을 넘긴 ‘식객’(2007년)도 2편은 47만 명을 기록했다.
‘조선명탐정’ 제작사 청년필름 이선미 이사는 “제작 측면에서는 이미 관객이 접한 캐릭터들이 뛰어놀 ‘새판’을 짜는 것이 어렵고 새로운 마케팅 고민까지 더해져 새 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그동안 안일하게 속편 제작에 나섰다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전작의 흥행에 기대지 않고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외국 영화의 경우 완성도 높은 시리즈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만 한국은 시리즈물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나가며 과감하게 속편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