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국립무용단 ‘춘상’
국립무용단 ‘춘상’에서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며 ‘머리채춤’을 추고 있는 무용수들. 국립극장 제공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이자 국립무용단의 신작 무용극 ‘춘상’이 21∼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다. 춘상은 고전소설 ‘춘향전’을 모티브로 삼았다. 졸업파티에서 첫눈에 반한 남녀가 사랑을 나누다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다.
배경음악은 대중가요다. 작곡가 이지수가 편곡한 어반자카파, 넬, 볼빨간사춘기 등의 음악이 공연 내내 흐른다. 한국무용 춤사위에 대중가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연인처럼 보이지만 절대 아니다. 오랜 세월 함께한 남녀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작 하나, 음 하나의 어울림이 자연스럽다.
한국무용에 거의 쓰이지 않던 2층 세트 장치도 무용극을 풀어 나가기에 적절했다. 수평, 수직을 오가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현대적 디자인의 의상도 신선했지만 세 가지 톤으로 절제시킨 점은 꽤 좋았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연출가의 세련된 감각은 여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 점은 무용수들의 에너지다. 1시간 내내 그들의 에너지는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커튼콜 때 무용수들이 차례로 나와 춤을 선보일 때는 의자에 엉덩이를 더 붙이기 힘들 정도로 유쾌했다.
국립극장과 국립무용단은 ‘전통의 현대화’를 표방한다. ‘춘상’ 정도면 꽤 훌륭한 결과물이다. ★★★★(★ 5개 만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